반갑다 우울아
(REWIND VER. 뒤에서 앞으로 )
-3
나 역시 우울함에 묻힐 때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하지는 않는다.
내 우울함은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고, 외부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안다.
내 우울함은 내 안에서 풀릴 것임을 알기에 조용히 받아들이고 조용히 귀 기울인다.
어떨 때는 그 심연에 파묻혀 소리 내어 울기도 하고 모든 우울함을 끌어모을 듯한 깊고 깊은 절망 속에 파묻히기도 하지만 감기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나를 관통하고 지나갈 것임을 안다. 그래서 큰일이면서 큰일이 아니라는 듯 군다. 그냥 그렇게 지나갈 때까지 아낌없이 시간을 내어준다.
지금을 줄 테니까 큰소리 내지 말고 내일은 지나가라고, 살짝 자리를 비켜주면 다음날 조금은 괜찮아진 나를 발견한다. 옳지, 그렇지. 잘했어, 하고 나에게 조금의 칭찬을 더하고.
이불을 걷고 자리를 박차서 일어나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어제는 잊고 오늘을 맞이한다.
-2
삶은 절묘하다
틈을 보이면 그 틈을 비집고 온갖 악마들이 들어올 구실을 마련한다.
긴장을 늦추는 즉시 사악한 무리는 냄새를 맡고 스믈스믈 존재감을 드러낸다.
우리 모두가 부자가 되지 못하는 건 올바르고 부지런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갖지 못하는 것이다. 노력하는 자만이 결실을 맺는다.
우리는 그 결실을 노력하지 않으면서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인생은 괴롭다. 노력하는 삶이 올바른 것임에도 그것이 비일반적이고 특수한 것이라 여기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언제나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삶은 절묘하다. '왜 사는 것이지?'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 행복이 그냥 찾아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계속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내 옆을 지나가는 것이다. 노력하는 삶이 가질 수 있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1
갑자기 우울해졌다.
아무것도 이뤄 놓은 것 없이
앞으로의 미래도 불확실한데
이렇게 퍼져있는 게 내 현실이고 앞으로의 미래일 것 같아서...
10만 원이 없어서 쩔쩔매고 있는 상황이 나를 하염없이 쭈글거리게 하고 있다.
민영이한테 돈 때문에 연락하는 것도 민망하고 언니한테 돈 빌려 달라고 하기도 미안하고. 그렇다고 뾰족한 수도 없고. 이 나이 먹도록 지금까지 뭘 해놨길래 이렇게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을까 싶다.
폭식하고 싶다가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하루 종일 음식 먹는 거 조심해야 한다는 게 또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도 없고.
갑자기 모든 게 쏟아져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