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요즘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커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주변 자연 현상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에서는 대규모 된장잠자리 떼들이 나타나 우리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에서 우리나라, 일본으로 대규모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잠자리 떼로 작년에도 나타났으나 올해 장마 전선이 빨리 올라와 좀 더 빨리 나타난 것일 수 있다고 한다.
며칠 전 경북 북부의 한 학교인 우리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놀다가 잠자리 떼가 우르르 날아다녀서 이 초여름에 웬 잠자리 떼인가 하고 놀란 눈으로 바라봤었다.
작년보다 빨라진 것은 잠자리 떼의 출현만은 아니다. 봄꽃 개화시기도 작년에 비해 10일여 빨라졌고 개화와 함께 해야 할 곤충 출현의 시기, 그의 먹이사슬과 관련 있는 새의 이동시기가 맞지 않음으로 인해서 전체가 어긋나는 퍼즐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제는 자연의 한 단면을 보고 사람에게 유익하거나 무익하다, 혹은 방해가 된다는 시각을 넘어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선상에서 다각적으로 좀 더 멀리, 길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어제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연합회 강의장(매주 화요일)에서는 네이처링 강홍구 대표를 만나는 시간이 있었다.
네이처링은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만나는 자연을 관찰, 기록하고 세상에 공유하여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책과 생물 다양성의 자연환경을 만들어가는, 시민과 전문 과학자가 만나고 정책 입안자들이 만나 함께 협력하고 성장해 가는 활동이다. 여러 사람들의 기록과 공유의 힘이 함께 사회를 바꿔가는 장이라 할 수 있다.
네이처링은 이름도 굉장히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그 의미를 찾아보았다.
네이처링의 이름은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이자 스스로 자연 속의 우리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naturing은 ‘nature+ing’와 ‘nature+ring’, 두 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자연은 순환의 고리를 유지하려 애쓰며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그 속의 우리 역시 함께 움직입니다. naturing은 우리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로서 그 순환에 거스르지 않고 발맞추어 함께 가려는 의지의 표현이자 지향입니다. 자연을 대상으로서 구경하지 않고 자연의 법칙 안에서 읽어내고 이어내고자 하는 것 역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자 하는 자연의 노력에 대한 부응입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자연으로 깊어지고, 자연의 아름다움은 사람으로 깊어지는 일이 ‘함께, 쉽게, 가치 있게’ 이루어지도록 돕는 것이 naturing의 사명입니다. (네이처링 안내글 중에서)
네이처링, 하고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자연이 저절로 화답을 하는 듯 부드러워진다.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자연성이 느껴져 주변과 하나로 연결되는 것 같다. 자연은 사람으로 깊어지고 사람은 자연으로 깊어지자는 의미에도 눈길이 머문다. 우리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로서 그 순환에 거스르지 않고 발맞추어 함께 가려는 의지의 표현이자 지향이라는 뜻을 가슴에 품는다.
불안하고 두려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네이처링처럼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데이터를 기록하고 함께 공유하며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이치를 터득하고 또 실행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면 그나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앞서서 관찰하고 기록하며 공유해 준, 생물다양성이 살아있는, 그리하여 사람도 그 속 자연으로서 살아있게 하는 사회가 되어가도록 해준 선구자들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네이처링은 한국에서 출발한 시민과학데이터 환류시스템이지만 세계가 함께 하는 GBIF(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도 함께 하고 있으니 이제 우리는 세계의 생물다양성 정보 공유장에 함께 할 수 있다.
선생님이라면 스쿨네이처렁에서 '우리 학교 마을 생태 지도'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교육적 미션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장도 마련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보고 기록하고 그 기록을 함께 공유하면서 대안을 만들어 가는 장에 참여하면 기후위기의 고난도 함께 극복해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본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처럼 내일 인류가 멸종한다고 해도 끝끝내 희망을 만들어가고 실행해가는 삶이라면 그 또한 걸어갈 만한 삶이니.
어제 네이처링과 연결된 덕분에 오늘 아침 주변 환경을 살피는 눈이 활짝 열려 정신이 깨어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