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인형제작 2차 워크숍
지난 워크숍을 마친 주말 이후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이 다르게 느껴진다. 문득문득 보이는 것들이 산양과 연결되어 느껴지고 이 마음 속에 산양이란 존재가 들어왔구나 하는 자각이 일어났다.
갑자기 지난 1차 워크숍에서 장소익선생님(나무닭 움직임 연구소)이 하신 말씀이 그때 이후로 훅 가슴에서 날아온 듯 새롭게 들려온다.
"사람인 듯 산양인 듯 흔들리는 상태", 용어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 뜻은 약간의 물음표와 함께 내 안 어딘가에 있었다. 어제 2차 워크숍까지 하고 마지막으로 산양탈까지 써보면서, 이렇게 산양을 생각하다가 보면 이 안의 딱딱하던 정체성이 흔들려 유연해지겠구나 하고 그 상태가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본래 연결되어 있는 자연이었고 사람으로만, 아니 사람 중에서도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끊고 오직 이 피부경계선을 기준으로 그 안의 존재인 '나'로서만 존재하는 그런 정체성을 가진 존재는 아니었다. 이 작업은 '나'로만 가득 차 있는 우리 의식의 정체성을 다른 생명으로, 그리하여 본래 그러한, 자연 전체와의 연결로 확장시키는 장이기도 하고 정체성을 흔드는, 정신과 의식의 세수가 될 수도 있겠다.
멸종위기 동물 인형탈 만들기 2번째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장소는 1차와 같은 청송 나무닭 움직임 연구소, 1차보다는 소수의 선생님들과 함께 했다.
청송 나무닭 움직임 연구소는 임은혜 대표와 장소익 선생님이 청송의 옛 폐교를 대여해 연구소를 시작하면서 환경연극을 비롯하여 예술과 문화의 본거지가 되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활발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는 곳이다.
워크숍을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한 우리 팀은 아침 아홉 시에 도착했다. 아직 채색을 덜한 산양의 털을 붓으로 잘 어루만지며 그려주었다. 붓으로 터치한 손길마다의 산양이 다채롭게 탄생되었다. 채색은 정신이 그대로 보인다고 여겨질 정도로 선생님들의 손길마다 다른 모습이 보여 신기했다.
산양머리 채색팀과 몸 부위 옷 재봉팀, 그 외 보조팀으로 나눠서 2차 워크숍은 진행되었고 몇 시간이 지나자 산양탈은 제 모습을 갖추었다. 마지막으로 눈썹과 뿔의 각진 두께를 한지로 입체감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산양의 탈을 직접 써보고 '산양을 지키자'는 구호를 외치며 사진을 찰칵 찍었다.
우리가 산양을 만든 것은 우리 내면 속에 산양이라는 존재를 자각시키자는 이유와 그 자각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자는 이유이다. 이는 곧 8월, 100인의 야외환경극에서 먼저 산양의 움직임을 함께 구성하고 연습하여 실행해 보고 실제 9월에 지역과 서울 기후정의행진에서 거리 예술 퍼레이드로 펼쳐질 예정이다.
멸종위기동물인 산양이 되어 바쁜 일상 속에 박혀서 자기로만 한정된 정체성에 젖어 있는 우리들에게 여기 다른 생명이 이렇게 아파하고 있다고,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존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스스로의 내면 속에, 그리고 우리의 공간 속에 다시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구경북은 산양이지만 여주에서는 재두루미, 전남에서는 반달가슴곰, 인천 저어새, 광주 수달, 경남 따오기 거리 예술 퍼레이드가 펼쳐질 예정이다.
산양탈을 채색하면서 과연 수컷과 암컷의 차이는 뭘까 다시 찾아보았다. 수컷에 비해 암컷은 몸집이 조금 작기도 하고 뿔이 작기도 하다.
산양은 양이 아니라 소, 사향소과에 속한다.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초식 동물이다. 바위가 많고 가파르고 절벽이 많은 산이 있는 곳을 선호하며,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절벽 근처를 주거지로 삼는다니 사람이라면 신선 같은 존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양의 눈동자는 밤에는 원형이지만 낮에는 직사각형으로 변한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2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낮과 밤에 눈에 들어오는 광량을 조절하기 위해 바뀌는 것이고, 두 번째는 풀을 뜯기 위해 고개를 숙일 때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도 천적의 공격을 주의하기 위해 시야를 늘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산양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고 근거지를 이동하며 살지는 않는다. 암컷과 어린 수컷, 새끼가 무리를 지어 살고 늙은 수컷이 혼자 따로 산다고 한다.
이번 워크숍으로 산양의 겉모습은 만들었지만 이제 8월 워크숍에서는 산양이 되어 산양으로 움직이는 연습을 할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의 정체성은 흔들리고 유연해지면서 본래 다른 생명들과 연결되어 있는 자연성을 회복할 것이다. 이는 산양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다.
직접 만나보지도 못한 산양이 되고 그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내면에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품성을 회복하고 우리의 의식에 인간 이외에 다른 생명의 지평을 넓히는, 그리하여 다시 인간이 이 지구 속에 생명 중 하나로 회복되는 그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