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환경연극프로젝트
"말 못 하는 동물의 마음을 몸으로 경험해 보는 것 자체로 뭉클한 감동이 되었고요
'살아있는 한 희망하라'는 할머니의 편지가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의 지혜를 찾아가고 서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아 격려와 힘이 되었습니다. 귀한 공연들을 관람하는 시간도 뜻깊은 시간이었고요 좋은 경험하게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지난 2025 환경연극제가 나무닭움직임연구소에서 8월 6일~9일까지 진행되었다. 우리는 경북환생교(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연합회) 소속으로 8일과 9일 양일에 연수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8일 오후에 연구소에 막 도착해서는 9일 마지막날 참여할 <할머니 이야기>에 대한 공연 작품 설명과 오리엔테이션이 이어졌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바로 합창 연습이 진행되었다. 연습하는 도중에 합창 강사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가슴에 남아있다.
"체험이 아닌 경험이 되게 하라"
이 말씀은 교육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가슴에 유념해야 할 말씀으로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순간적인 체험이 아니라 인생에 유의미한 경험이 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내 안에서 올라오는 순간이었다.
합창연습이 끝난 뒤에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공연이 준비되어 있었다. 청소부의 마임인형극도 있었고, 예인스토리의 음악공연도 펼쳐졌으며 산양 1인극으로 아주 높은 장다리로 힘겹게 걷는 것만으로도 산양의 초월성과 위기감을 저절로 알 수 있게 해 준 연극이었다.
8월 9일, 100인의 야외극 <할머니 이야기>는 8월 6일부터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 청소년들, 예술가, 문화활동가들, 환생교 교사들이 함께하는 공연이다. 전국에서 제작한 멸종위기 동물 탈들의 움직임, 합창, 대동춤을 그 야외극에서 함께 하게 되었던 뜻깊은 시간.
9일은 본격적으로 멸종위기동물의 기본 움직임을 탐구하면서 연습하고 다 같이 출 진혼춤(혼을 위로하고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춤)을 연습했다. 오후가 되어서는 전체를 맞추어보는 리허설이 진행되었는데 많은 비가 예정되어 있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탈에 비가 스며들까 걱정되어 바니쉬액을 탈마다 칠해 두었다.
내 역할은 대구경북환생교 소속이어서 우리가 직접 만든 산양역할이었는데 먹이를 찾아 헤매다 철조망을 넘지 못해 굶어 죽은 산양들을 맡았다. 당장은 산양의 초월적인 움직임들(톡톡 두드려 인사하며 걷기, 밀어내기, 활공 등)을 연습하기에 급급했고 무리로 움직이는 산양이기에 산양팀과의 움직임을 짜보고 연습하는 작업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내 인생에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연극을 해보는 것도 있었는데 환경을 주제로 멸종위기동물이 되어 연극을 해보는 시간이라니,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지만 직접 몸으로 하면서 다른 분들과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은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역시 하고 싶은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천지 차이가 있을 수 있구나 하고 마냥 하고 싶다는 막연한 환상 대신 생생한 경험으로 채울 수 있었다.
다행히 다소 굵은 비가 예정되어 있던 날씨는 보슬보슬 날리는 정도로 비가 와서 덥지 않을 정도로 연극을 진행할 수 있는 호재가 되었다. 입추가 지나서인지 바람도 가을을 머금고 있어서 덥지 않게 한 여름밤의 공연예술 잔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연극을 하면서 또 놀랐던 점은 배우가 되면서 저절로 관객이 되는 식의 연출이었다. 거의 100인의 가까운 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환경연극은 서로 맞추기만도 어려운 과제였을텐데 그 가운데 자기 역할을 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바라보는 관객이 되었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보여주고 누군가는 보기만 하는 그런 관객과 배우의 경계선을 허물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본적인 움직임을 배워 익혔지만 자세한 부분에서는 스스로 그 역할을 채워가는 주체적인 역할이었다는 점에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연기하는 식의 연극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를 표현하는 식의 주체성이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체험이 아닌 경험은 곧 주체성의 여부에서 결정되는 것이로구나, 하는 자각이 오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에 할머니는 씨앗을 편지로 세상에 남기고 사라졌다. 그 편지에는 <살아있는 한 희망하라>는 글이 쓰여있었다. 그 짧지만 짧지 않은 문구는 오래도록 내 가슴에 물음표와 느낌표로 남아있다.
더불어 교육은 역시 교사라는 이름표로서가 아니라 일상의 곳곳에서 배움과 경험이 있는 자리에 저절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일상의 작업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 주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의 수업시간에만 교사가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스스로와 함께하는 이들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교육의 순간임을 이번 연극제에서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는데 마치 아주 오래전 일처럼 아득하면서도 뇌리에 깊이 남아있는 듯 아주 생생히 기억이 나는 환경연극제를 되새겨본다.
몸은 다소 힘들었던 것 같지만 마음은 더 생생히 살아나는 시간, '살아있는 한 희망하라'는 메시지는 더 깊은 목소리로 내 안에 울려 퍼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