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일원으로 살기를

서원하는 마당

by 고요의 향기

주말 아침이라 마당을 여기저기 서성거린다. 연주황빛 원추리가 훌쩍 하늘을 향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여름을 밝혀주는 이들이다. 아이리스와 하늘바라기도 한껏 피어있다. 문득문득 작은 달개비도 눈에 보인다. 이름 모를 풀들 사이로 흰나비, 노란 나비, 그리고 덩치가 아주 크고 우아한 제비나비도 나풀나풀 날아다닌다.


아름다운 정경, 자연스러운 색의 축제가 매일 열리는 곳이 마당이다. 가끔은 청소년쯤 되어 보이는 두꺼비가 가만히 풀숲 아래에 앉아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마당은 정말 많은 생명들의 터전이다.


어느 날은 나비가 나는 날갯짓을 따라 하면서 한참을 따라가 본 적도 있다. 인간이 쉽게 오르내리지 못하는 곳을 작고 연약한 날개로 오르내리는 나비를 보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움을 느끼곤 한다. 그만큼 일없음의 자유, 목적 없는 순간을 누리는 것이 어떤 충만감을 주곤 한다.


오늘은 날갯짓이 우아한 제비나비 사진을 찍어보려고 한참을 따라가 보았다. 예전에는 쉬워서 종종 찍곤 했는데 요즘엔 정말 어렵구나, 아하 그러고 보니 예전처럼 제비나비가 보이는 횟수도 줄었다. 다른 나비들도 마찬가지다. 꿀벌은 정말 반가울 정도로 확연히 줄어든 것 같다.


그런데 더 자주 보이는 것이 있다. 그것은 말벌집이다. 꿀벌이 줄어들고 말벌이 늘어난 현상은 단순히 곤충의 교체나 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증상의 하나다.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생태계 교란이 맞물린 복합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꿀벌이 줄어드는 것은 이상기후로 겨울이 짧아지고 갑작스러운 추위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고 꽃이 피는 시기와 꿀벌의 활동 시기가 어긋나면서 꿀벌의 먹이가 부족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 고온건조한 기후로 인해 수분이 부족한 것도 꿀벌의 생존을 위협하는 스트레스다.


농약과 살충제의 대량용은 꿀벌의 방향 감각, 번식력,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꿀을 채집하고 돌아오는 길을 기억하는 신경계를 교란시킨다. 도시화와 농업의 확장으로 꿀벌이 살 수 있는 들꽃들과 꿀벌의 터전이 사라지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그에 비해 말벌은 기후 온난화로 활동 가능 기간이 연장되었다. 따뜻한 기후에서 더 잘 번식하니 예전보다 더 일찍 출현하고 더 늦게까지 활동하게 된 것이다. 도시 어느 구석에나 적응력이 강해지고 음식물 쓰레기나 단 음식을 먹이로 하고 있어 먹이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인간의 거주지 가까이 둥지를 틀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생태계 교란으로 말벌의 천적인 새들과 포식성 곤충이 사라져 더 번성하게 된 것이다.


마당에 나가보니 말벌집이 여섯 개나 보인다. 마루 밑에도 몇 개 보이고 처마 밑에도 어두운 색으로 보호하는 듯 스멀스멀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 자초한 자연의 자연스러운 현상을 현상적 차원에서 어떤 존재가 많아졌다고 해서 미워할 수만은 없다. 그 또한 자연스러운 생명이자 생태계의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또한 사라지면 우리의 존재 기반인 생태계의 한 다리가 사라지는 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너무 번성해서 사라져야 한다면 가장 먼저 인간이 그 대상 1호가 될 것이다. 인간이 자신만을 생각한 결과로써 그 이상현상 중 하나인 말벌의 번성을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자성하면서 여러 생명들의 공존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순리다.


자연의 흐름을 최대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 속에서 공존을 위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필요한 방식으로 균형을 위한 역할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인간의 몫이다.


환경오염이 심할 때 나타나는 식물들도 다 이유가 있듯이 그 모든 것이 자연의 자가조절 메커니즘이자 치유의 과정이며 적응의 결과다.


생태계 교란종이라거나 잡초란 결국 인간이 원하지 않는 식물이 원하지 않는 자리에 있을 때 자기 마음대로 부르는 탐욕의 시선에 불과하다. 모든 것이 다 그러하다.


“꽃은 벌도 불러오지만 말벌도 불러옵니다.

그러나 꽃은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습니다.”

는 루미의 시처럼 말이다.


마당에 나가 잠시나마 자연의 일원이 되고 그 자연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겠다는 서원을 하게 된다. 이 또한 자연 속에서 사는 귀한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