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를 사랑한 아이

자연이 키운 아이들

by 고요의 향기

아이가 다섯 살 무렵 열이 가득 올라 밤잠을 못 자고 있을 때였다. 화장실에 가려고 해서 안고 가서 앉혔다. 화장실에 다녀오면 열이 좀 떨어질까 싶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는 어느 주택집을 전세로 들어 살고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가만히 볼일을 보던 아이가 말을 걸었다. 볼일을 보다가 문득 밖에서 풀벌레소리들이 들리자 그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았던 모양이다. 창밖을 향해 빙긋이 웃으며 귀 기울이는 모습이 목소리에서 다 들렸다.


"엄마, 저기는 곤충이 사는 집이야"


달빛이 유난히 환했던 그날 밤, 네 살배기 아이의 몸속 어딘가에서 나온 듯한 저 순수함은 이내 곧 엄마의 잠 못 이루는 노곤함과 아이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을 어루만져 주곤 했다.


자연 속에서 무수한 풀벌레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준 가장 귀한 유산 1호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되던 해였다. 새벽녘마다 장수풍뎅이부터 시작해서 온갖 곤충을 만나려고 잠 못 이루면서도 내내 별보다 총총히 빛나던 그 눈빛은 아직도 선명히 기억이 난다.


어느 날은 참나무에 꿀을 바르면 장수풍뎅이가 온다고 밤에 살금살금 참나무가 많던 뒷산으로 가서 직접 꿀을 바르고 와서 새벽같이 달려가 지켜보기도 했다.


그렇게 벼르던 중에 곤충을 좋아한다는 소문을 들은 이웃집 아주머니가 이웃집 처마에 놀러 온 사슴벌레를 데리고 와서 아이에게 주었다. 그 녀석은 톱날 모양의 톱사슴벌레였다. 아들은 톱사슴벌레를 토비라고 이름 붙였다. 토비야, 토비야 부르며 산책도 시켜주고 먹을거리도 가져다주면서 토비는 며칠 만에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톱사슴벌레는 높은 곳에 올라가서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아침 산책길에 아이와 함께 나간 토비는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고 보이지 않았다.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아이는 하루 종일 우울하게 웅크려있었다. '엄마하고 다시 잡으러 가자'라고 어르기도 하고 '이웃 아주머니께서 다시 잡아주실 거야' 하고 위로하려고 해도 아이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한참 지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무리 다시 잡아도 그건 토비가 아니잖아'


어른인 나는 그때 처음으로 모든 곤충과 생명에 개체적인 존재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전에는 솔직히 모든 사슴벌레가 같은 존재로, 인간이 아닌 어떤 대상이어서 금방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하나의 사물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토비를 사랑한 아이에게 토비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친구였으며 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마치 어린 왕자에게 장미꽃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사마귀를 만나고 나비를 만나고 물고기를 만났다. 지금은 이미 훌쩍 커버렸지만 어린 시절에 아주 오래도록 만난 곤충 친구들에 대한 애틋함, 자연에 대한 순수한 마음은 아이들 마음속 깊숙이에 남아 귀한 재산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적어도 엄마인 내 마음속에서는 나이 때마다 다른 곤충들과 함께 한 아이의 미소 띤 얼굴이 첩첩이 쌓여있다. 엄마로서의 재산 1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