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해를 품고 사는 우리

병오년 새해를 맞으며

by 고요의 향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남산에 해 뜨는 것을 보러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설레었다. 그러나 눈떠보니 7시 30분, 지금 옷가지를 챙겨 입고 나가기에는 조금 늦었다는 생각이 들자 집에서 어떻게라도 해를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을 보니 해가 뜨기에는 아직 시간이 꽤 남은 것 같다.


해돋이 시간을 알려준다는 생활천문대로 들어가 우리 집 주소를 처넣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잘 안되어서 정확한 시간을 알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정확한 시간을 모른다는 것이 은근히 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면서 탐색하는 설레는 시간이 되도록 도와준 것 같다.


삶은 참 신기하다. 뭔가를 바랄 때는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될 것 같은데 막상 지나 보면 그것이 이루어지든 안 이루어지든 새로운 것을 얻게 해 준다. 참 공평하다.


좀 멀리 갈 때보다 옷을 더 간단하게 입고 마당으로 나갔다. 밝은 기운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해가 뜨기는 좀 시간이 걸릴 듯하다. 마을길을 걸었다. 아침 일찍 나서는 이웃을 만나 새해 인사도 나눴다. 날씨가 꽤 차갑다. 영하 9도 정도라 한다. 으슬으슬 찬 기운에 집으로 들어왔다.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앞산을 보고 있다.


어. 조금 지나니 해가 뜨려고 한다.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아. 그때서야 생각났다. 집 뒤에 해를 보기 좋은 언덕길이 있었지. 뜨는 해를 놓칠라 얼른 올라갔다. 남편이 얼마 전에 열심히 만들어둔 돌계단이 보인다. 평소 달리기 연습을 한 덕분에 쉽게 올라갔다.


햇살이 너무 아름답다. 방금 밥이 되어서 떠놓은 그 보송보송한 느낌도 있고 이제 막 어른이 되려 하는 청소년의 앳된 기운 같은 것도 느껴지고 짠 하니 나타나는 그런 보기 좋은 떡과는 다른 신선한 감이 스치는 그런 햇살이었다.


보드랍고 불그스름하면서도 아름다운 햇살을 가슴에 품고 시작하는 한 해라서 그런지 가슴속에서 햇살의 따스하고 밝은 기운이 느껴진다.


아. 그러고 보니 내 가슴에도 본래 햇살이 있지. 평생을 까마득히 있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마흔이 넘어서야 깨달았지만 바깥 살이를 잠시 거두고 가만히 그냥 있으면 그 빛은 맑은 생생함으로 드러나 우리들의 삶에 생기를 준 뿌리였지. 우리 모두는 본래 그렇게, 밝고 환한 본성품의 해를 가슴에 품은 존재들이지.


세상 어느 구석에라도 가 닿는 햇살보다 더, 온 세상을 품고도 남는 우리들의 마음이 서로를 사랑하고 보듬는 사랑과 자비로 가득하기를, 그래서 온 세상이 그 따뜻한 손길로 평화롭기를 기도한다.


이 아름다운 햇살을 이미 본래 해를 품은, 더 아름다운 브런치 식구들과 함께 나눕니다. 나날이 더 행복하시고 자유로워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