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에서 전력을 다하면 그 힘이 저력이 된다

감옥 탈출

by 고요의 향기

아침부터 햇살이 뜨거운 운동장에서는 드높은 하늘 아래 잠자리들의 결혼식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쌍잠자리들이 운동장 여기저기를 휘이휘이 날기도 하고 바닥으로 몸을 찧었다 날아오르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선생님, 여기가 잠자리 결혼식장이에요? 왜 이렇게 쌍잠자리가 많아요?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물론 잠자리를 무서워하는 친구들은 얼른 몸을 피하기도 한다.


곤충에 대한 징그러움과 무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과학교육의 1차 목표라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것은 낯가림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한데 그 낯가림을 벗어나는 것은 일단 자연을 자주 만나야 가능한 일이다.


운동장에서 놀다 보면 곤충이나 하늘, 바람 등 자연을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된다.


요즘 아이들에게 자연을 만나는 일은 아주 특별한 일이 되었다. 더구나 더위와 추위가 극심해지는 기후변화 속에서는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농어촌 지역 중에서는 그래도 학생수가 가장 많은 학교에서 우리 반이 운동장에서 맘껏 놀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그 날씨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햇살이 뜨거운 여름이라 아무도 운동장에서 놀지 않는다. 밖에 나오지도 않고 문을 꼭 닫아 잠그고 에어컨 속에서 산다.


그런데 놀이를 계속하던 우리 아이들은 햇살 아래서 땀을 흘리고 놀아봐서 그렇게 교실에 들어가면 건물 안이라서 그래도 살 것 같다는, 그 대비를 안다. 진정한 더위 탈출법은 더위에 적응하는 것이란 걸 안다.


운동장 놀이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가 감옥탈출이다. 평소에 얼음땡이나 술래잡기 등은 술래가 한 사람뿐인데 그 놀이가 진화한 놀이다. 술래가 네다섯, 어떨 때는 여섯으로 늘어난다. 술래 중 한 명은 감옥에서 잡힌 아이들을 관리한다. 그러다 술래가 아닌 아이들이 다가와 간수 몰래 손을 마주치면 살아날 수 있다. 여기저기서 술래가 마구 달려오기 때문에 아이들은 힘들기도 하고 그 힘듦 속에서 아슬아슬한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한 남자아이가 울상 지은 얼굴로 숨을 헐떡거리면서 다가왔다.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


선생님, 아이들이 다 같이 저만 잡으러 와요.


여러 술래가 한 친구를 잡자고 모의 작당을 하고 잡을 수 있는 놀이여서 달리기를 꽤 잘하는 아이들도 쉽지 않은 놀이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전염 놀이가 되면 점점 더 어려움이 조여져 온다. 이때 남는 아이들은 저절로 두려움과 힘겨움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물론 남은 아이들의 응원도 함께다.


어느 때는 우리 반에서 달리기도 가장 느리고 몸도 약한 친구가 어찌어찌 조용히 피해 다녀서 마지막에 남게 되었다. 그 친구는 달리기도 잘 못하고 친구들하고 잘 놀지도 못한다면서 스스로도, 어머니께서도 걱정을 하곤 하는 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혼자 남은 그 친구가 온 힘을 다해 달리고 피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다 함께 열광했다.


사실, 내 마음은 이제 그만 포기하고 쉬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올라올 정도로 조마조마했다. 결국 잡힐 수밖에 없는 놀이였지만 마지막까지 어찌나 앙다부지게 전력을 다하든지 살아오면서 쌓은 힘을 다 써버리는 듯했다.


모든 힘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떨어진 듯 운동장에 넘어져 있는 아이에게 알 수 없는 응원의 눈물이 가슴에 차오르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 잘했어.


놀이 속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것은 어떤 의미부여로도 다 채워지지 않을 정도여서 라 한 마디로 정리할 수가 없지만 놀이에서 전력을 다한 그 힘은 저력이 되어 삶 속에 단단히 자리 잡는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