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술래잡기
다 같이 뛰어노는 놀이에 신명이 난 아이들은 한 학기 내내 운동장이 빌 때마다 이때가 기회다 하면서 감옥 탈출 놀이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여름 햇살은 너무나 뜨겁고 술래가 달리기가 너무 느린 아이가 걷다시피 잡으러 가면 시시해져서 심드렁해진다. 한 사람, 두 사람이 그러다 보면 그 심드렁도 이내 전염이 되어 감옥의 간수도 나가고 싶으면 맘대로 나가라 하면서 감옥 관리를 잘하지 않는 재미없는 놀이가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재밌어질까 토론이 이어지기도 한다. 술래 수를 늘리자. 술래가 성실해야 재밌다. 술래를 남녀 성비를 좀 맞추어서 정하면 더 재밌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의견이 서로 오고 간다. 놀이도 진화하려면 대화가 필요하다.
그렇게 한 학기 내내 놀던 감옥 탈출 놀이 대신 새로운 놀이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중 하나로 뽑힌 운동장 마피아를 해보기로 했다. 시민 12명, 악당 7명, 경찰 3명, 의사 3명이 서로 눈치를 살피며 운동장을 다니다 악당 6명이 5분 이내로 잡히면 끝나는 놀이다.
시민이나 의사가 악당에게 잡히면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잡히지 않은 의사는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치료해 줄 수 있다. 경찰이 잡히면 팔 벌려 뛰기를 10회 이상 해야 하므로 악당은 경찰이 누군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서로를 잘 살펴서 놀아야 하기 때문에 주변을 살피는데 도움이 된다. 한 악당 친구는 아예 사람을 잡지 않는 쪽으로 테마를 잡는다. 정보를 주지 않고 끝까지 잡히지 않겠다는 뜻이다. 어떻게 하면 누가 누군지 잘 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쉽게 잡히지 않을까 이런저런 전략을 세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역할이 있지만 무작위로 나눠주기 때문에 어떤 역할이 걸릴지 모르는 것도 한 재미이긴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역할이 안 걸리는 아쉬움도 겪어야 하고 자기가 안 하고 싶은 역할에 걸려야 하는 실망스러움도 경험하게 된다. 아이들이 저마다 한 소리를 한다.
"선생님, 저 악당 하고 싶은데 악당이 안 걸려요."
"나는 악당이 싫은데 또 악당 걸렸어."
"나는 경찰 하고 싶은데 이번에 또 시민이 된걸, 나는 운이 안 좋은가 봐."
그러나 그 아쉬움과 실망스러움이 다음 놀이를 기대하게 하는 한 재미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물론 다시 원치 않는 역할이 주어졌을 때에는 받아들이고 그 역할에 임해야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내가 아무리 원해도 주어지지 않는 상황도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아무리 원치 않아도 주어지는 것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그 속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없는 일은 그저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는 것도 인생의 중요한 배움이듯 아이들은 놀이에서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삶을 경험한다.
"마피아 마피아 마피아"
방학을 하는 날이든 개학을 하는 날이든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놀고 싶다고, 내가 원하는 것이 안되어도, 내가 싫어하는 것이 되어도 또 하고 싶다고 다 같이 함성을 지른다. 아무리 좋은 방학이라도 혹은 어떤 시간이어도 이렇게 다양한 친구들 모두와 같이 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