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놀이
매주 한두 번은 가지는 자유놀이 시간, 파란 애벌레가 온몸으로 기어가는 가운데 그 벌레와 눈 맞춰 보겠다고 온몸을 바닥에 드러누운 아이가 보인다. 그 아이는 벌레가 신기했겠지만 나는 이 아이가 신기하다.
아이들이 마음껏 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아이들은 마음껏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마음껏 울 수 있어야 하며 마음껏 놀 수 있어야 한다.
마음에 응어리진 것 없이 있는 그대로 슬픔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음껏 놀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세 가지가 잘 지켜지기가 쉽지는 않다.
마음껏이라는 글자에는 적어도 스스로 그만하기 전까지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음껏 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도 월요일과 금요일 아침에는 자유놀이 시간을 갖는다.
자유놀이 시간에는 남자 친구, 여자 친구 상관없이 잘 놀기도 하고 저런 놀이가 놀이가 되나 싶은 신기한 놀이들을 만들어 놀기도 한다. 놀이하는 친구도 여러 번 다른 친구들로 교체되기도 한다.
저만치 한 무리의 친구들이 수상한 벌레의 움직임을 관찰하느라 정신이 없다. 눈코입이 정말 작다. 어디 있을까, 눈을 마주쳐 보겠다고 벌레의 눈높이로 몸을 구부린 친구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거지? 땅이 거칠지도 않은지? 벌레처럼 온몸으로 땅을 감싸 안은 상상도 해본다. 잠시 다른 곳을 보느라 정신을 놓쳤는데 어딘가로 가고 없는 걸 보고 '우와 정말 빠르다'하고 놀라기도 한다.
다른 쪽에서는 모래 놀이가 한참 진행 중이다. 그런데 어, 이게 뭐지? 모래에 있던 나뭇가지가 스스로 움직이다니, 모두들 놀라 뒤로 물러난다. 가만히 살펴보니 모래에 사마귀가 파묻혀 있었다. 사마귀 색깔이 나뭇가지 색으로 변해 있어서 모두 나뭇가지인 줄 알았던 것이다. 한 친구가 누군가 모래 속에 묻어둔 듯한 사마귀 한 마리를 풀숲에 데려다주었다.
자유놀이 시간에는 유난히 곤충을 관찰하는 친구들이 많다. 가끔은 장수풍뎅이 뿔만 운동장에 덩그러니 보여 놀라기도 하고 매미가 죽은 모습을 보고는 가만히 예의를 차려주고 교실로 가져와 그림을 그리며 작은 장례식을 치러주기도 한다.
다 죽은 매미 시체에 개미들이 붙어있는 모습을 보고 한 무리의 친구들이 '죽었을 때까지 이렇게 몸을 갉아먹다니 나쁘다'하고 개미들을 막 떨어뜨린다. 가만히 가서 친구들에게 물어본다.
"얘들아, 너희들은 매미 죽은 모습이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으면 좋겠니? 아니면 개미들이 분해해 줘서 자연으로 흩어지면 좋겠니? 만약 너희가 매미라면 어떻겠니?"
아이들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지만 개미들은 매미의 장례식을 치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매미가 죽고 난 뒤에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해주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그 자리에 돌려주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같은 장면이 '서로를 돌보는 모습'이 되기도 하고 '서로를 괴롭히는 모습'이 되기도 한다.
어느 날 동료 선생님이 동물원이나 수족관에서 동물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고통받는 줄 알면서도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가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 아이들의 동물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채워줄 수 있을지 고민을 하면서 이야기를 건넸다.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갇혀 있는 자연스럽지 못한 동물들을 보여주기보다는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는 자유로운 동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혹여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가게 되더라도 재주를 보이는 동물이나 물고기에게 손뼉 치고 좋아하기보다는 그 모습이 보이기까지 그 친구들의 삶이 어떠했을 것인지를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동물에게 정말 필요한 안식처같은 곳도 생겨나고 있다고 하니 거기에 가보는 것도 좋겠고요. "
자주 보고 자주 만난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도울 줄도 알게 된다는 것을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자주 놀면서 느끼게 된다. 가끔 쉬는 시간에 다른 아이들을 볼 때면 땅을 파서 나온 곤충 친구들을 손으로 잡고 문지르고 다시 흙에 파묻어 죽이는 경우를 자주 본다.
상대가 어떨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은 다만 사람관계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들이 빠르게 멸종되고 있는 시대여서 더 동물이나 곤충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람을 위하여 존재하는 환경이나 자원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명이자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역할하고 있는 존재로서 그 자체로 존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