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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 Jul 15. 2022

Prolougue 02-대신 시리즈

02. 무엇을 어떻게 쓸까?

글을 쓰기로 했다.

그런데 어떤 장르를 중심으로 무슨 내용을 어떻게 쓸지 전혀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글의 형식도 내용도 정하지 못하고,

쓰고 싶긴 한데  쓸지 모르겠는 답답함은 

배는 고픈데 뭘 먹고 싶은지 모르겠는 것과도,

혹은 새 옷은 사고 싶은데 뭘 살지 모르겠는 것과도

비슷하다.


경험 상 그럴 때는 일단 아무거나 눈에 띄는 대로

먹어보고, 입어봐야 한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누구를 만나야 할지 모를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느낌이 온다.

아, 아니구나 혹은 아, 이거다 싶은 순간.


먼저, 나는 독후감을 한 번 써 봤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던 대로 ‘최대한 내용이 요약되도록’, ‘자신의 느낌이 들어가도록’ 썼다.

혼자 읽어보니 꽤 흡족했다.

아, 이거다.


내가 글을 잘 써 서가 아니다.

초등학생의 글처럼 충실하게 내용이 요약되어

있어서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고

가정하면 책을 읽을 것인가 말 것 인가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끔 책을 사려고 리뷰를 보다 보면 스포가 될까 봐 염려한 마음이 엿보인다.

저자를 위해서 일 거라 생각된다.

근데 나 같은 독자 입장에서는 좀 아쉽다.

특히 결말을 알아야 안심하고 책에 빠져드는,

좀 특이한 ‘새 가슴 형’ 인간들에게.

나는 한 마디로 겁이 많다.

다루는 내용이(특히나 결말) 충격적이면 꽤 오래 허우적 댄다.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도 존재하지 않을까?

물론 소수겠지만.

어쨌거나 한 사람이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 수는 없다.

나는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을 사람들

‘대신 읽기’로 했다.

내용을 알아서 책이 시시해지는 다수의 사람보다

내용을 알아야 책에 흥미가 돋는 소수를 위해서.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무엇을 써야 할지

윤곽이 잡혔다.

그것도 시리즈로.

뭔가를 대신해 주겠다는 뜻의 “대신 시리즈”다.


참 촌스러운 작명이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트렌드와는 무관하게 학생으로, 또 선생으로 평생을 학교만 다닌 어쩔 수 없는 내 한계인 것을.




“대신 시리즈“는 지금으로서 다음 세 가지 갈래로

기획되었다.

1. 대신 (콘텐츠를) 읽어드립니다.

2. 대신 (아이를) 이해해 드립니다.

3. 대신 (삶을) 생각해 드립니다.




나로서는 결혼에 버금가는 인생 도전이다.

앞을 알 수 없기에 설렘과 불안이

공존하는 미묘한 지점.

‘역시나’ 일 것임이 느껴지지만

‘혹시나’ 일 것이라 우기고 싶은 지점.

나는 지금 여기에 서있다.


앞에서 대충 예를 들고 설명한 1을 제외한

2와 3에 대해 부연하면 다음과 같다.

2는 내가 공부한 바를 바탕으로 아이를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이해한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이야기는 팩션이다.

형식은 지금 고민하고 있다.

재미있었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을 듯하다.


3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에

대한 경험을 고백록 형식으로 풀려고 한다.

나 또한 결혼 생활을 하면서, 육아를 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한된 삶이지만,

다양한 일을 겪었다.

어떤 일을 겪는다고 다 경험이 되는 것은 아니다.

Dewey의 말처럼 겪은 일을 성찰하고,

그 결과 새로운 깨달음이

내 삶에 영향을 줄 때 경험이 된다.

내가 겪은 일을 경험으로 풀어내어

다른 이들이 시행착오를 덜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각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앞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것. 그것만 남았다.

잘 될까 싶다.

그래도 여기까지 생각하고, 움직여 온 내가 너무너무 신통하다.

그리고, 참 멋지다,

예측불허인 인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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