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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손미 Aug 22. 2024

500만원짜리 산후조리원을 안 가면 혼나는 요즘 세대

초저출생 시대 20대 엄마 아빠의 결혼/육아 정면돌파 이야기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한국의 산후조리원 문화

우리 가족은 첫째와 둘째를 낳을 때 모두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았다고 하면 모두가 놀란다. 일각에선 "돈이 그렇게 없었냐"며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한편에서는 "아내를 고생시켰다"라고 하시는 분도 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아내의 결정이 있었고 나는 그에 순응했다.



산후조리원이 필수이고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산후조리원 비용을 결제할 많은 엄마 아빠들이

감당해야 할 짐이 더욱 커진다.



산후조리원을 가는 것 자체에 부정적이지는 않다. 산후조리가 필요한 사람들도 (고령산모, 아픈 산모, 조부모에게 육아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 존재한다. 문제는 전체주의와 비교문화다. 한국에서는 산후조리원이 필수로 인식되고 있다. 안 가면 아내에게 몹쓸 짓을 한 것 같은, 아내를 고생시킨다는 인식이 있다.


또한 옆집 아무개가 천만원짜리 산후조리원을 가면 우리 집도 천만원은 아니더라도 이에 준하는 산후조리원은 가야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 인스타에서 비싼 산후조리원에 매료당한 아내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남편의 미안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으랴...



산후조리원을 가는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한 번에 500만원, 1000만원
심지어는 2000만원까지

리얼로 감당 가능한가?!


아내의 두 친언니는 모두 미국에 있다. 미국에서 모두 아이를 낳아 현재 육아 중에 있다. 미국에서는 산후조리원 문화가 낯선 문화라고 한다. 병원에서 출산하고 며칠 있다가 바로 집에서 아이를 본다고 한다. 나는 이전까지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산후조리원에 간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한국에서만 일반적으로 산후조리원에 몇 백만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산후조리원을 가게 되면 편함을 얻게 되지만 모유수유, 캥거루 케어, 아이와의 교감, 현명한 소비 등을 놓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내도 병원에서 3일 동안 입원하는 내내 산후조리원 맛보기를 해보았는데 그때 편하기는 했지만 모유수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이가 떨어져 지내서 아쉬웠다고 한다.



병원 입원 기간에는 아기는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담당 선생님들께서 맡아 주시고 호출해서 보러 가거나 방으로 데려올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지냈다. 돌이켜 보니 아이와 24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아쉬웠다.



2주 만에 400~500만원을 낸다고?

그럼 0세~7세까지의 육아기간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2023년 기준 30~34세의 중위소득은 327만원, 35~39세는 387만원으로 나타났다. 세전이기 때문에 세후로 보면 30~34세는 200만원 후반대 35~39세는 300만원 중반대를 받는 것으로 확인된다.


평균 50% 30대들이 200만원 후반 ~ 300만원 중반대의 월급으로 아이를 낳고 키울 것으로 사료되는데, 2주에 500만원 가까이하는 산후조리원 비용은 너무나 큰 액수이다. 물론 돈이 많고 산후조리원에서 온전히 케어를 받고 싶은 엄마가 있다면 가면 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젊은 엄마 아빠에게는 이것이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일찌감치 결혼/출산/육아를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도 위 허들을 마주치게 되면 포기하게 될 확률이 커질 것이다. 필자가 현재 20대인데, 내 주변에 결혼해서 아기를 키우는 20대 가정은 딱 1 가정만 있다.


내가 결혼/출산/육아를 해보니까 진짜 힘든 과정이 맞다. 일하고 자기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데 비싼 산후조리원까지 감당까지 너무 어려운 과제들을 사회가 던져준 건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산후조리원을 장려한다면 다양한 금액대와 서비스가 존재하는, 어떤 옵션을 선택하든지 엄마 아빠에게 죄짓는 느낌을 주지 않는 산후조리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지금은 글쎄 전반적으로 비용이 높은 산후조리원만 있는 것 같다.


혹은 산후조리원이 필수는 아니고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일상에서도 가정에서도 바로 산후조리를 할 수 있는 지원과 인식도 생기면 부모의 부담이 줄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읽는 예비 엄마, 아빠 혹은 곧 아이를 낳을 부모님이 계시다면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둘 낳고 키워보니 진짜 힘들긴 한데 아이가 한번 방긋 웃을 때마다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느낌을 일시에 받는다.


누가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흔들리지 말고 남편, 아내가 원팀이 돼서 잘 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절대로 낙담하지 말고 기죽지 말기를 바란다!



글쓴이 소개

피손미 (두 아이의 아빠)

전   공 : 서강대 데이터사이언스&인공지능 석사

경   력 : 前 Dr.Glass, Inc. COO

               現 Data Korea, Inc.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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