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한 여름밤의 꿈, 희망

by 허훈

한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기후위기 혹은 지구 온난화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수 십 년 사이 정말 날씨가 많이 바뀌었다. 봄가을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졌다. 에어컨이 없던 시대에는 어떻게 여름을 지났을까 싶다. 하긴 그래봐야 지구 역사에서 보이지도 않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겨우 대기 온도가 1-2도 오른 정도인데 인간은 그런 변화 앞에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발견된 인륜 문명을 흔적을 찾는 이들은 종종 그 유적을 찾으면 어떻게 이런 곳에 이런 시기에 인간이 문명을 지어서 살았을까 의아해할 때가 많다. 서아시아의 거대한 사막 아래나 남미 대륙의 한 켠인 멕시코의 고지대, 이집트 나일강 삼각주 등등 지금은 척박하고 험한 것 같아 보이는 지역에서 어김없이 인간은 무리를 지어 정착을 하고 농사를 짓고 도시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의 기후는 어떠했을까 하는 의문을 늘 가지게 된다. 지금이라면 하루도 살기가 꺼려지는 땅이 아닌가,

지금까지의 학자들의 연구를 보면 인류 문명의 거의 전 기간이 소 빙하기와 간빙기 사이에서 나타난다. 당시에는 중위도 지방 정도 되면 더위보다는 추위를 더 걱정해야 했고 저위도 지역은 지금보다 훨씬 덜 더웠다. 위도가 높은 유럽에서 빙하기가 물러가고 기온이 조금 올라가던 시기에 인간이 본격적으로 정착했다. 소빙하기가 오래갔다. 그러고 보면 인류는 지금같이 기온이 올라서 겪는 위기보다 내려가서 겪는 고충이 훨씬 강하고 길었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지금의 지구 온난화가 사실 아직도 소빙하기에 있는 지구가 그나마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까지 꽤 긴 시간 동안 더위보다는 추위가 더 걱정이었던 곳이다. 그래서 온돌이라는 뛰어난 난방시스템을 발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디나 명암은 있어서 온돌 덕분에 긴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있었으나 그 구조상 2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어서 도시의 발달이 훨씬 늦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유연탄, 석유등이 나지 않아 산에 있는 나무를 주로 땔감으로 쓰다 보니 산림이 빨리 황폐화된 것도 부작용 중의 하나이다.

자연이 주는 것을 순응해서 살려고 하면 풍족하고 편리하게 살기는 어렵다. 자연은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버리는 것이 없다. 하지만 도시를 이루어 살려면 어쩔 수 없이 많은 것을 폐기물이란 이름으로 버려야 한다. 자연과 도시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은 서커스를 하는 것보다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를 유지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문명이란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농업생산력이 커져서 남는 농산물을 교환하기 위한 시장이 필요했고 이런 시장을 상설화하고 체계화하려는 노력이 모여 도시가 탄생했다고 한다. 방점은 사람이 모인다는 것이다. 개별화되어 사는 인간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 현대 문명의 출발점이 되었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모여 살기에 문제가 생긴다. 저 거대한 공장들과 끝이 보이지 않는 농장, 밤에도 휘황찬란한 불빛이 필요한 도시가 이제 그 모든 것들이 사람도 자연도 담기에 너무 많아졌다.

많아지는 이유는 필요도 있겠으나 거의가 이윤을 위한 것이다. 팔기 위해 만드는 것이 쓰기 위해 만드는 것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 긴 여름, 여러 미디어에서 올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다라는 뉴스가 계속 나온다. 지구가 갈수록 더워지고 이젠 되돌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다.

대부분의 인류가 아직은 자연이 유지되는 것보다 내가 편한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막연히 과학이 발전하고 문명이 발전하면 인간이 맞닥뜨린 숱한 문제를 지금까지 다 해결해 왔으니 앞으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이가 대부분인 것 같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가 있다.

전면적인 전쟁이나 기근, 재해를 겪고 인류가 멸망하기 전에 이렇게 살면 안 되고 삶의 태도를 다 바꿔야 한다는 성찰을 하는 이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하고, 그들이 개별 국가나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수립하고 진행하는데 훨씬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이나 탐욕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이 세상을 파괴하는 것임을 깨닫고 한 발 물러서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더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판도라의 상자는 벌써 오래전에 열렸고 마지막 남은 희망은 나왔는지 아닌지 인류는 아직 찾고 있다.


2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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