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한쪽에서 AI가 어떻고 핵잠수함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한쪽에서는 뭔가 무속이나 점에 의지해서 세상을 좌우하려고 했던 권력자가 재판 중이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한 세상이라도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싶어 하는 심리는 여전히 이 사회에 남아있다.
삼체라는 제목의 영화와 드라마가 한 때 유행했다. 인류와는 비교도 안될 과학문명이 발달한 외계문명과 인류와의 교류, 갈등을 그린 그 드라마의 초입은 중국의 문화혁명을 비추는 데 시작한다. 수 천년을 내려오는 전통과 문화를 배격하고 새 문화, 새로운 문명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의도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결과는 부정적인 것만 남았다. 모두 파괴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한편 그렇게 과학이 발달했다는 그 외계문명도 3개의 태양이 비추는 상황을 어쩌지 못한다. 중력을 가진 3개의 물체가 서로 영향을 미칠 때 이 영향을 예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삶의 터전이 얼어버리기도 하고 불타오르기도 한다. 삼체문제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문제는 20세기 초 프랑스의 과학자 푸앙카레가 풀 수 없음(수학적으로는 일반해가 없음)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이 상황에서 별의별 수단으로 자기 문명을 지키려는 외계문명은 아예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 지구로 오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이 영화(드라마)는 드라마틱하게 풀어낸다.
한편 생각이 드는 것은 인간은 얼마나 합리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서구사회에서도 천문학이나 과학보다 점성술이나 종교의 힘이 컸지만 우리나라도 수많은 이들이 미래를 점치고 굿을 한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아직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이 글을 쓰는 본인도 재수가 좋다 나쁘다는 말을 할 때도 있고 운이 좋고 나쁨을 가끔은 생각하는 것을 보면 이 현상은 그리 쉽게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인간이 문명사회를 이루고 산다면 그 안에서 합리적인지 아닌지 진리에 가까운지 거짓에 익숙한지에 대한 성찰은 있어야 하고 판정기준도 필요할 것이다.
서양에서 중세와 근대 초기에 걸쳐 있었던 마녀사냥은 그 말 자체가 보통명사로 될 만큼 유명하다. 기가 막힌 것들 중에는 마녀 감별법이 있다. 예를 들어 물에 빠트려서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니고 뜨면 마녀라는 것도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당사자는 죽음을 피할 수가 없다. 바늘로 찔러서 아픔을 못 느끼거나 피가 안 나거나 하면 마녀라는 진단도 있었다. 지금이라면 정말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인류는 알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진지했다. 종교의 이름을 빌린 폭력에는 한계도 없고 제동장치도 없었던 것이다. 지금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인 기후위기가 당시에도 문제였다고 한다. 그때는 소빙하기가 닥친 시기여서 유럽에는 기근과 전염병이 자주 돌았고 사람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인간의 불안과 불만을 무마할 희생양을 찾았기 때문이다.
현대 인류에게는 마녀사냥도 이제 역사책의 한 부분이 되었고 다행히 태양도 하나여서 삼체인들이 겪은 고뇌를 당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만큼 자기 성찰을 충분히 할 만큼 성장했을까.
AI시대에는 오히려 가짜뉴스가 가장 무서운 것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책과는 담쌓고 사는 현대인들이 단시간에 도파민을 뿜어내게 하는 유튜브 쇼츠, 릴스같은 영상물에 너무 많이 의존해서 살기 때문이다. 정보가 퍼지는 속도가 빠르면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인류 공동체가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나쁜 점은 한번 잘못된 정보가 입력되면 돌이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이제는 지구상에 셀 수 없이 많아진 서버 어딘가에 저장되면 한 군데를 지워도 다른 곳에 옮겨있기 때문이다.
나쁜 소식은 빨리 퍼진다. 비극이 희극보다 자극적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가 본다는 사람보다 배 아프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그리고 저 사촌보다 더 땅을 많이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점치는 인간도 많다.
욕망에 솔직해지더라도 그 충족 수단이 다른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심지어 도움까지 줄 수 있는 문명사회가 될 수는 없을까.
남성 권력자들의 땅따먹기 놀음이라고 할 수도 있는 분쟁이 21세기에도 끊이지 않는다. 사촌이 땅을 살 수 없게 해코지를 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는 지구 위에서 우리는 여전히 생존해야 한다.
그런 해코지에 쓰이는 무기보다 훨씬 값싼 빵과 존중을 온 인류가 같이 향유할 수 있는 세상은 언제쯤 닿을까. 2026년에는..
202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