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전기 아니면 인간

by 허훈

인공지능에 중요한 건 전기일까 사람일까.

요즘 사람들이 자리에 앉으면 온통 주식 이야기 아니면 에이아이 이야기만 하는 것 같다. 코스피가 5천을 넘나드는 시대가 되었다고 한편에선 장밋빛 미래를 말한다. 여기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다. 이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그렇다.

얼마 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 상무부 장관이 이제 재생 에너지를 버리고 석탄을 쓰자는 발언을 해서 만찬장이 발칵 뒤집어진 일이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만찬의 디저트 순서도 못 채우고 자리를 파했다고.(그깟 디저트가 뭐라고.)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 미국이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갈수록 예측불허의 행보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우려한다. 지금까지 세계를 유지하던 거대 자본들이 새로운 시대에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인지 아님 한 개인이 미쳐 날뛰는 것인지 의견은 분분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과학자들과 시민들이 걱정하고 일궈왔던 인류의 문명과 대책들이 커다란 위협에 처했다는 건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트럼프는 국내에서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라기보다 자신의 사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바쁜 왕처럼 행동한다. 외부로는 아메리카 대륙이 자신들의 것이라는 기치아래 국제법이든 무슨 도덕이나 윤리든 상관없다는 듯한다.

무슨 주의(~이즘)가 인류에게 인정받고 아니고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 기후위기가 인간으로 인해 초래되었다는 점도 불신한다.

그나마 세계의 뜻있는 시만들이 발견한 것은 인류에겐 인간의 손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를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로 양분하든, 삼국지에서처럼 천하 삼분지계를 현실화하든 그런 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는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

당장 지상에 발을 딛고 사는 인간은 내일 이 땅에 비가 오는지 해가 뜰지 혹은 오늘 밤 집에 전기나 가스가 끊기지 않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닌가.

다보스 포럼 만찬장의 디저트는 누가 만드나. 농민이 땅을 경작해서 수확물을 내어오고 그것을 운수노동자들이 만찬장까지 실어 나르고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들이 최종 산물을 만든다.

그들에겐 어떤 점이 중요할까. 저 정장을 빼입고 국적 항공기나 개인 제트기를 타고 모임에 오는 대단한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할까 하는 것보다 저 회의에서 자신들의 미래의 상당 부분이 결정된다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이름을 남기지도 못한 기술자들과 수 백 년을 무지와 편견에 대항해 싸워온 과학자들이 이대로 살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는 아니 극소수의 상류층 말고는 더 이상 이 지상에서의 삶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수 없이 강조해도 내일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이 귀담아듣고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비극이다.

이렇게 메아리 없는 외침이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나와는 관계없다 혹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안전할 것이라는 착각이 인간사회에 넓게 퍼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문명과 문화의 특징이 무엇인지 따지고 논증하는 것이 이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국내에서 미래의 먹거리로 에이아이가 중요시되면서 이 시스템과 시설을 어디에 세울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분분하다. 이른바 보수충에서는 서울과 경기도 쪽에 꼭 있어야 한다고 우긴다. 무슨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토지와 돈이 죄다 그쪽에 있기 때문이다. 욕망이 우선한다.

꼭 세워야 한다면 이들은 에너지 다소비 시설이니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 가까이 세우는 것이 제일 합리적일 텐데 그 점은 말하지 않는다. 사실 인공지능이 이젠 무엇이고 어떻게 우리 사회에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과학 문명이 아니라 서구문명의 총아가 왜 먹거리로 연결된다는 말인지 누가 설명을 하면 좋겠다. 원전을 몇 기나 세우고 송전을 어떻게 하고 건물을 어디에 설치하는지에 대해 말하기보다 이것이 인간의 삶의 어떻게 바꾸고, 당장 내일의 내 집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과 물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지금까지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느라 대기 중에 풀어놓은 막대한 온실가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래서 지금 내 이웃에 골프장을 짓는 것이 나은지 숲을 조성하는 게 나은지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제 의무교육에 들어간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는 때가 오면 그때도 여름과 겨울이 있을까. 그때도 겨울에 귤을 먹을 수 있을까. 그때가 되어도 에어컨을 켤 전기를 구할 수 있을까..

무엇이 지금 나와 내 이웃과 인류에게 중요할까..


20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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