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는 저 강을 넘어왔다
사리원에서 개성을 거쳐 왔으니
아마도 여기 임진나루를 건넜을 것이다
분단의 나루를 건너는 새벽에
죽기를 다하여
도강渡江의 의미를 생각했을 것이다.
강을 건넌다는 것이
무엇을 버리고 얻고자 함인지
묻고 또 물었을 것이다
빈사와 존망의 지경에서
남은 부모형제는 어찌 살고
살아 이 강을 다시 건너
서로 만날 수 있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것이다.
차가운 물이 무릎에 닿을 때
물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을 때
손을 돌려 헤엄을 칠 때
행여 총알이 날아들까 심장이 떨 때
시퍼렇게 또는 시뻘겋게
가슴을 달구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비가 넘어온 임진나루 가까이
가난한 마을의 학교 선생이 된 아들은
젊은 아비의 가슴에 일던
불길 또는 물길을 헤아리나
죽어서도 돌아가지 못한 영혼의 회한을
짐작할 수 없어 눈물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