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by 전종호

잘 가시게 나의 벗이여

닳고 찢어지고 끊어져서

더는 곁에 두고 멜 수 없는 배낭을

푸른 산 구름 너머 하늘로 보내야 한다


알 수 없는 길 위의 한숨과

하는 것마다 낭패인 일들의 식은땀과

산에 오를 때 비 오듯이 솟아나는 땀을

군말 없이 오롯이 온몸으로 받아주었다

춥고 쓸쓸한 삶의 한 구간을 함께 걸으며

감당할 수 없는 목메임과 비통함으로

세상이 적막 속에 갇혀 있을 때

등 뒤에 매달려 갈 길을 알려주었다


학교나 시장가는 일상의 길목에서

천상의 화원 백두산 야생화 밭에서

끝없이 흘러가는 히말라야 구름 길에서

고락을 함께 하는 동무가 되어 주었다

시간이 되면 누구나 떠나야 하고

이제 우리의 차례가 되었으니 잘 가시게

한 세상 구김 없이 잘 살다 가노라 친구여

곧 새털처럼 가볍게 그대를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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