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시게 나의 벗이여
닳고 찢어지고 끊어져서
더는 곁에 두고 멜 수 없는 배낭을
푸른 산 구름 너머 하늘로 보내야 한다
알 수 없는 길 위의 한숨과
하는 것마다 낭패인 일들의 식은땀과
산에 오를 때 비 오듯이 솟아나는 땀을
군말 없이 오롯이 온몸으로 받아주었다
춥고 쓸쓸한 삶의 한 구간을 함께 걸으며
감당할 수 없는 목메임과 비통함으로
세상이 적막 속에 갇혀 있을 때
등 뒤에 매달려 갈 길을 알려주었다
학교나 시장가는 일상의 길목에서
천상의 화원 백두산 야생화 밭에서
끝없이 흘러가는 히말라야 구름 길에서
고락을 함께 하는 동무가 되어 주었다
시간이 되면 누구나 떠나야 하고
이제 우리의 차례가 되었으니 잘 가시게
한 세상 구김 없이 잘 살다 가노라 친구여
곧 새털처럼 가볍게 그대를 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