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폐허의 흔적 속에 있었다
언덕 위에 하늘은 그대로이고
언덕을 넘는 바람도 옛날처럼 부드러운데
살아남은 몇 개의 기둥과 벽 채는
키케로의 웅변술보다 더 극적인 웅변으로
흥망의 로마사를 증언하고 있다
온전한 것보다 무너진 것들이 더 웅변적이다
권력과 광장의 열기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언덕의 올리브 숲은 허망虛妄 속에 있다
황제를 꿈꾸었던 카이사르는
공화주의자의 말과 칼에 베였고
공화주의는 시민들에 의해 버려졌다
전쟁을 끝낸 말들의 숨소리만 한가할 뿐
개선문에 들어서는 군인들의 흥청거림과
멀리 이방에서 잡혀 온 노예들의 저주는
길거리에서 어지럽게 교차되었다
세상의 길은 모두 이곳으로 통하고
제도는 모두 제국에서 전파된 것인데
남고 사라지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
팔라티노 언덕의 훤칠한 소나무 몇 그루가
광장의 가벼운 시간 놀이를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