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황제의 영광을 보이기 위해 세워진
거대한 콜로세움은 무너졌고
원형극장을 세우기 위해 동원된
유다인의 나라도 쓰러졌으나
검투사들은 연미복으로 갈아입고
긴 소매를 끌고 지하의 숨은 미로를 찾아
로마의 골목 안으로 숨어 들었다
그들은 역사의 시간 앞으로 전진했고
과거의 흔적을 찾아 도처에서 온
21세기 관광객과 조우했다
관광객은 무너진 콜로세움을 돌며
황제와 귀족들의 과시된 위엄의 흔적과
맹수와 검투사의 싸움에 환호하는
옛 관객들의 극한의 웃음을 찾아 기웃거렸고
검투사들은 여전히 숨을 할딱거리며
숨을 곳을 찾아다녔다
두려운 건 목을 향해 덤벼드는
성난 맹수가 아니었다
박수를 치고 깔깔거리는
권력자들의 위선과
참을 수 없는 가벼움도 아니었다
여자들은 자꾸만 배가 불러왔고
새끼들의 입은 거칠었고
먹어도 먹어도 배는 꺼지지 않았다
위대한 건축에 동원되었던 유다인들은
세월이 흘러
박해자의 정신적 스승이 되었고
콜로세움의 벽과 바닥의 돌들은
하나씩 해체되어
유대인의 신전을 위한 장식물이 되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위치는
때때로 바뀌었으나 검투사들은
국적 없이 떠도는 집시가 되거나
좀도둑이 되어 살았고
콜로세움 앞에 세계를 떠도는 자들이 모여
엽서를 파는 잡상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