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by 전종호


알퐁스 도데를 읽고부터 사모했습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었습니다

당신의 이마 위로 여전히 별은 빛나고 있는지

푸른 비탈에서 까부는 어린 양들과 함께

당신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숨소리 들릴 만큼 가까운 곳에서

다정한 말 한마디 붙이고 싶었지만

내밀한 당신의 속 깊은 곳까지 알 수 없고

높은 데 올라 호숫가 마을 사이 끝없는 길을

무엇보다 당신의 너른 품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가까이 가기에 당신은 너무 먼 곳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 항상 누를 수 없어서

우연히 다른 일로 지나는 길에

혹시나 잠시라도 볼 수 있을까 하여

마침내 당신의 나라에 왔습니다

먼발치에서라도 희끗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내게는 더 할 수 없는 기쁨이겠습니다


루체른 호숫가에서 올려다본 당신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잘생긴 얼굴에 은은한 기품이 넘치고

눈부신 설관雪冠을 쓰고 서 있는 당신은

아랫마을 오월의 꽃밭에서도 당당히

형형한 눈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별똥별이 밤하늘에서 긴 꼬리를 흔들자

호수는 별빛 물결로 반짝이며 손 까부릅니다

나 언젠가 다시 와 오래오래

이 안에 살고 있는 생명들과 함께

아름다운 당신을 욕망하며 살고 싶습니다

알프스1.jpg


매거진의 이전글콜로세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