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암자 하나

by 전종호

산중에 암자 하나 마련하고 싶었다

탐욕을 비울 수행의 공간이 아니라

시꺼멓게 속을 태우는 선생님들이나

길 잃은 악다구니 아이들이 도망쳐

속에서 썩어가는 것들 게워낼 수 있는

시끄러운 소도蘇塗로 사용하기 위하여

산중에 조용한 암자 하나 사고 싶었다


암자 같은 것도 거래하냐 부동산에 물으니

사고팔 수 없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하나

정작 살 수 있는 형편은 되지 못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은 세상에 차고 넘쳐

누구나 돌아가 머물 수 있는 암자

마음속에서라도 하나씩

소용돌이 세상에 숨통을 열어두고 싶었다

지독한 외로움과 싸운 다산의 초당이나

진리를 위해 목숨 건 배론의 토굴이나

위태한 벼랑 끝 달마산 도솔암과는 다른

종교의 규율과 세상의 허위에서 벗어나

끓어오른 자유가 잦아들어 고요의 평화

숨결이 숨결을 위로하는 회복의 처소로

마음속 암자 하나 이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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