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강물처럼

by 전종호

양평 물소리길 어디쯤 흑천이었던가
물을 따라 걷다가 울고 말았다
설움이 슬금슬금 기어 나오더니
슬픔이 목울대를 타고 올라와
복받치는 울음으로 터져 나왔다
산다고 살아온 세월이었다
남들 보기에 무난한 삶이었으나
지난날 허물과 치욕들이
갑자기 눈시울에 뜨겁게 번졌다
남몰래 속 태우던 일들과
내가 힘들게 한 사람들
사무치는 연민이 속을 흔들었다
이들의 피눈물로 살아왔구나
강가에서 나서 강가에 살고 있는 내게
어느새 강은 마음에 길을 내었고
슬픔은 안에서 살며시 강물이 되었다
물소리가 숨겨온 치부를 쳤나 보다
갑자기 울분이 홍수처럼 넘쳐흘렀다
부끄러움도 잊고 주저앉아 크게 울었다
흑천은 이름과는 달리 맑고 명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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