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15

- 초평도 초겨울의 노래

by 전종호

한 해 또 살았구나

산도 계절도 다시 붉었다 지고

강마을 늙어가는 사람들 무릎에

오늘도 찬 바람이 분다


추워도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불타는 단풍의 추억 하나 보듬고

누군들 목메는 슬픔의 강물 한두 번

건너지 않은 사람이 있으며


빈들 아무 데나 피어 멋대로 흔들리는

초평도 갈대 수풀 너머 노을 붉게 물들 때

또한 한 번쯤 그리움의 바다에

빠져 보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막막한 슬픔과 그리움이 넘쳐흘러

쌓인 것들 비운 가슴을 적시고

누구나 저마다 역사의 강 하나씩

물소리와 어울려 흘러갈 때


젊고 푸른 것들이 애써 달려와

초겨울 마침내 갈 길을 마치고

한해 또 잘 살았구나 몸을 말아

저 온 곳으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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