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또 살았구나
산도 계절도 다시 붉었다 지고
강마을 늙어가는 사람들 무릎에
오늘도 찬 바람이 분다
추워도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불타는 단풍의 추억 하나 보듬고
누군들 목메는 슬픔의 강물 한두 번
건너지 않은 사람이 있으며
빈들 아무 데나 피어 멋대로 흔들리는
초평도 갈대 수풀 너머 노을 붉게 물들 때
또한 한 번쯤 그리움의 바다에
빠져 보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막막한 슬픔과 그리움이 넘쳐흘러
쌓인 것들 비운 가슴을 적시고
누구나 저마다 역사의 강 하나씩
물소리와 어울려 흘러갈 때
젊고 푸른 것들이 애써 달려와
초겨울 마침내 갈 길을 마치고
한해 또 잘 살았구나 몸을 말아
저 온 곳으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