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22

- 인연

by 전종호

먼지구름처럼 바람에 흩어진 꽃가루

씨방에 살림을 차려 밑씨를 만나고

새 떼가 물고 먼 곳에 버린 씨앗들이

가슴을 펴고 찬란한 꽃밭을 이루듯

겨울 양식으로 숨겼다 잊어버리고

다람쥐가 먹지 못한 도토리들이

새봄에 여기저기 싹트고 자라나

함께 모여 마침내 참나무 숲을 이루듯


살면서 알게 모르게 은혜를 주고받아

우리가 행한 아주 작고 우연한 일들이

알지 못하는 어딘가 누군가에게 닿아

온기가 되고 밥과 위로와 희망이 되어


세상은 또 한 번 절로 훈훈해지고

뜨겁고 벅찬 기운으로 태양은 다시

살아있는 것들을 한껏 어르고 부추겨

사람 사는 마을은 조금씩 밝아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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