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에 가면 새벽 일찍 일어나
전나무숲길을 걸을 일이다
숲에서는 절대 키와 나이는 재지 말고
숲길을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일 일이다
바람은 발이 없어서 빠르고
말이 없어도 통하지 않는 법이 없으니
바람 한 주먹 깊이 들이마실 일이다
턱 하나 없는 무장애 평탄한 길에서
숨소리를 들으며 숨결의 폭을 따라 걷고
마음이 움직이면 신발 끈을 풀어
숲의 평온을 받아들이고
맨발로 땅의 가피加被를 느껴볼 일이다
오대산에 오면 저녁 어스름이 내릴 때
선재길 여울 어딘가에 쪼그리고 앉아
차오르는 물소리의 말씀을 들을 일이다
물은 색이 없고 모양도 없으나
쉼이 없고 거침이 없으니
끌고 온 속울음을 억센 물살에 던질 일이다
세상은 깜깜하고 고요 속에 물소리 홀로 밝은데
홀연히 선재 동자 나타나 길을 보여줄 것이니
운 좋아 월정사 넘어 만월산에 달이 걸리고
달을 따라 달맞이꽃 한두 송이 피어난다면
쌓을 수 없는 것이 시간뿐이겠냐마는
지나간 기억 같은 건 모아놓지 말고
꽃의 춤을 따라 함께 환하게 웃을 일이다
꽃내음이 코를 찔러 아는 체 하거든
무명의 풀꽃들 은밀한 민원을 가슴에 새기고
오대산에서는 오로지 낮은 자세로
흐르는 물소리의 진언眞言에 무릎을 꿇고
오대천 물소리 한 바가지 떠안고 돌아올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