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틀집 카페에서

by 전종호

내가 결혼할 때 어머니는 동네 솜틀집에서

손수 딴 목화를 틀고 새하얀 홑청을 입혀

당대 최상의 솜이불을 만들어 주셨다

뜨거운 이불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자라면서

무겁고 두꺼운 솜이불은 몇 번씩 새로 틀어져

아이의 침대용 얇은 차렵이불로 거듭났고


이제 솜을 틀 이불도 일도 솜틀 사람도 없어

아무도 찾지 않는 큰 도시의 솜틀집은

간판도 떼지 않은 채 젊은이들의 카페로 변해

솜이불을 버리고 구스 이불을 덮고 깃털처럼

가볍게 사는 딸은 목화꽃 같은 제 딸과 함께

솜틀집 카페에서 미국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세월은 상류를 돌아보며 깊은 추억을 만들고

추억은 젖은 물소리를 따라 하류로 흐르지만

사람은 발원지로 돌아가며 물무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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