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by 전종호

나이 들어 만나면 아픈 얘기가 인사다

어디가 아프다 어디가 쑤신다 중구난방에

이제 와서 아프면 고맙지 무슨 푸념이냐

골골해서 네가 제일 오래 살겠다

그게 덕담이냐 악담이냐

낄낄거리는 마음이 모두 허하다

전라도니 경상도니 하면서 싸우던 놈들이

이제는 광화문이니 서초동이니 하며

입씨름에 서로 빈 정 상해 등을 돌리고

경력도 제각각 지향도 가지가지여서

나이 들수록 고집은 고래 심줄이 되어

늙어서도 대화는 참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이나 아내 속 이야기는 꼭꼭 숨기고

어릴 적 제 잘못은 일부러 다 잊어버린 채

이제는 세상에도 없는 선생들을 안주 삼아

하루종일 질기게 씹고 있는데

세월을 이렇게 꼭꼭 씹을 수는 없을까

아픈 일이야 낄낄대며 견뎌내면 좋겠으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 속마음을 살피고

외로울수록 추운 사람들 돌아보아야 할텐데

나이 들어도 삶은 한없이 가볍고 피상적이다

잘 살아야겠다는 말은 기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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