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하루

by 전종호

일의 진행을 기다리는데 보고는 없고

당장 확인할 말은 많은데

전화를 들었다 내려놓는다

특별히 아픈 데도 없는데 몸이 까라져

병가를 내고 절에도 가고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지인의 쪽지를 받는다

평생 어질고 부지런하게 살았지만 힘겨웠던

교회 권사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는다

가서 붙잡고 펑펑 울고 싶은데 갈 수가 없다

그래도 보내준 시집 숨죽여 읽었노라고

이제 팔순이 넘은 옛 선생님께서

손수 글씨로 예쁘게 쓰신 엽서를 받았다

너는 누구에게 참 선생이었는가 묻는 것 같다

천상 둘도 없는 스승이신데

잔잔한 기쁨 뒤로 찔림이 깊다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나오는 하루

사는 것이 무언가 쓸쓸하다

길은 멀고 걸리는 것은 많고 걸음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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