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봄은 오고
연두 새싹 자라나 초록의 수풀 너머
짙푸른 잎 철들어 갈빛이 될 때쯤
사람의 머리에도 눈발이 흩날리는 줄 알았다
스위치를 켜면 등은 저절로 빛나고
꼭지를 틀면 물은 콸콸콸 쏟아져
날마다 마시는 물의 주소는 몰라도
물은 언제나 가까이 쉽고 맑고 달았다
보아도 보이지 않던 호스를 찾다가
물은 멀리 수도에 한쪽 끝이 매이고
회로처럼 천장 텍스에 숨어 흘러왔음을
낡은 정수기를 손보며 알게 된 한낮
실뿌리 땅속에서 엉키고 뭉치고 뻗어서
물오른 버들가지 코끝을 간질이고
보이지 않는 곳 보잘것없는 것들 숨 쉬어
봄은 아지랑이 뒤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