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15

- 감악산 겨울 편지

by 전종호

푸른 머리를 풀고 이렇게 맨몸으로 서면

길이 강을 따라 굽이굽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나무는 얼마 큼의 거리로 서로를 지켜보는지

곧은 나무 휜 나무 굵은 줄기 어린 가지는

어떻게 보듬어 함께 산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벌거숭이로 하늘을 우러러보면

줄기마다 얼마나 큰 흉터를 감추고

나무는 새들을 위해 까치머리를 한 채

무릎 아래 어린것들 붙잡아 도닥이고

어떻게 무문無門의 수풀 바람길을 내어

엄동嚴冬을 녹이고 풀어내는지 볼 수 있다


부끄러울 것 없어라 한겨울 헐벗어 마른 몸

가랑이 사이로 낳은 새끼들이 새끼를 낳고

땅에 코를 박고 억세게 먹고 자라나

산은 다시 푸르러 생기로 넘쳐나리니

여윈 가슴팍 앙상한 갈비뼈 숨길 것 없어라

봄 되면 강가 들판에 생명은 새로 뻗어 나고

수천의 목숨들 어울려 숲바다 이루어 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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