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14

봄날의 전쟁 소식

by 전종호

바람에 꽃이 지는 일은 있어도

꽃이 꽃을 죽이는 일은 없고

여름 지나 가을 겨울 그리고 새봄

기거나 달리는 시간은 돌고 돌아와도

지나는 계절의 발걸음이 느리다고

성급한 계절이 친구를 쫓아내 없다


그리움을 기다림으로 받들 줄 모르는

인간만이 뼈저린 사랑의 곁을 쉬이 버리고

고귀한 명분을 내세워 욕망을 숨기지 않는

아직 제 차례가 오지 않았음에도

목메는 진달래 개나리 산수유 눈부시게

팡팡팡 꽃망울 터지는 봄날의 길목에서

소리 소문 없는 초음속 미사일 소식을 듣는다


젊은 남자들은 모두 전쟁터로 가고

집을 잃고 지하철 바닥을 침실로 삼은

늙거나 어린 우크라이나의 여자들이

사랑하고 이별하는 법을 아직 익히못한

엉성하고 어린 무덤들 앞에서

온몸을 흔들고 머리통을 깨며 울고 있다


국경을 범하라 명령하는 권력자들은

눈곱만큼의 연민 따위도 치사하다고

사람 사는 아파트와 병원에 대포를 쏘고

저 높은 산등성이까지 십자가를 세워

살아있는 군인들의 무덤을 파게 하지만

발등에 제 무덤을 파는 십자가는

무슨 빛으로 세상을 밝힐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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