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로 보아서 한밤중이다
아직 새벽은 오지 않았다
나이 들어 가끔씩 잠에서 깨어
달을 올려다본 지 오래
지난 일은 멀고 남은 시간은 짧다
여전히 빛을 잃지 않았다
이따금 달빛에 깨어 들여다보면
내 속에서 빛나는 것들이
내리비추는 빛을 올려다보는 눈처럼
간절한 말을 걸어오고 있다
아, 오늘 달무리가 떴네
비구름이 가까이 오고 있구나
비추고 비치어서 조짐을 알리고
남의 빛으로 남을 비추는 달과 달리
나는 누구를 무엇으로 비추었을까
유년의 달은 차고 부풀었으나
나이 든 달은 이제 완숙을 무너뜨리며
누군가에겐 아픈 그믐달이 될 것이지만
빛도 원圓도 시간도 차고 기울며
돌아가고 다시 돌아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