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시계

by 전종호

방 안이 아무리 조용해도

대낮에는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종일 아무리 돌아다녀도

있는 듯 없는 듯 시냇물처럼

결코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벽시계가

몸을 뉘어도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에

똑 똑 똑 나 여기 있어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소리로 울고

잠잘 수 없어 자주 몸을 뒤집는 밤에는

저물녘 논두렁 저벅저벅 발자국이 되고

무거운 돌덩이가 마음을 누르는

길고 날카로운 밤에는

남의 길을 막고 굴러가는 탱크가 된다

시계는 벽에서 기어 내려와

목하 귀 밑에서 작업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잠 깨어 맞는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