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19

- 선유리 부대찌개 집에서

by 전종호

한때 미군 부대가 있던 동네에서는

철조망을 넘어온 밥이 있었다

헤픈 웃음과 화장기가 담장을 넘어

부대는 그렇게 찌개가 되었다


몰래 부대를 탈영한 소시지와

원조 밀가루 꿀꿀이죽 같은 것으로

배를 채워야 할 어린것들의 앞날 따위는

애초부터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한가한 밥상에 무심히 김치찌개를 끓이듯

배고픈 시절 배부른 사람들의 소시지는

배부른 시대의 도시 음식 거리로 나와

술 고픈 뱃속의 특화된 국물이 되었다


미군이 물러간 자리의 치명적인 오염처럼

얼큰한 국물에 인이 박힌 사람들은

고홈 한 양키를 그리워라도 하는 듯

부대찌개는 목하 전국에서 성업 중이다


미국에 덤비면 국물도 없다고

머리를 쥐어 박힌 속 다친 사람들만이

술 마시듯 거북한 국물을 넘길 수 없어

치미는 분노와 멀미를 삭이며

이름에 밴 양코배기 냄새를 털어내고 있다

아직 시곗바늘은 오늘로 넘어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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