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군 부대가 있던 동네에서는
철조망을 넘어온 밥이 있었다
헤픈 웃음과 화장기가 담장을 넘어
부대는 그렇게 찌개가 되었다
몰래 부대를 탈영한 소시지와
원조 밀가루 꿀꿀이죽 같은 것으로
배를 채워야 할 어린것들의 앞날 따위는
애초부터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한가한 밥상에 무심히 김치찌개를 끓이듯
배고픈 시절 배부른 사람들의 소시지는
배부른 시대의 도시 음식 거리로 나와
술 고픈 뱃속의 특화된 국물이 되었다
미군이 물러간 자리의 치명적인 오염처럼
얼큰한 국물에 인이 박힌 사람들은
고홈 한 양키를 그리워라도 하는 듯
부대찌개는 목하 전국에서 성업 중이다
미국에 덤비면 국물도 없다고
머리를 쥐어 박힌 속 다친 사람들만이
술 마시듯 거북한 국물을 넘길 수 없어
치미는 분노와 멀미를 삭이며
이름에 밴 양코배기 냄새를 털어내고 있다
아직 시곗바늘은 오늘로 넘어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