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며 가리라

by 전종호

뇌가 많이 쪼그라들었다고 한다

남보다 십 년은 먼저 준 것이라고 한다

해마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한다

기억력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고 한다

기형으로 막혀 있는 모세혈관도

이제 더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설명하는 의사의 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언젠가 걷던 멀고 숨 막히는 히말라야

산속으로 숨어드는 옅은 구름 길 같은

뇌 사진 속 하얀 피의 길을 보고 있다

살아온 역정이 꾸불꾸불 기어가고 있었다

한때 셀 수 없는 번뇌의 밤

알코올이 저 길을 넘쳐흘러 갔을 것이다

절망의 눈물이 흠뻑 적시고 따라가며

심하게 패인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잠들 수 없는 피곤한 몸부림이

상처를 흔들었을 것이다

옷소매에 감물 들던 유년 시절을 떠돌던

정처 없는 마음 또한 흉터로 남았으리라

사진 속에 새겨진 삶의 여정에

혼자서는 세울 수 없는 기둥에 대한

헛된 꿈이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가족들 먹이며 살리며 끓이던 아내의 마음속

눈물도 흘러와 조금은 섞였으리라

밀물 지는 아쉬움과 후회는 어쩔 수 없으나

그래도 살아온 것 감사할 일이니

연민을 벗 삼아 남은 길 춤추며 걸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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