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많이 쪼그라들었다고 한다
남보다 십 년은 먼저 준 것이라고 한다
해마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한다
기억력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고 한다
기형으로 막혀 있는 모세혈관도
이제 더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설명하는 의사의 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언젠가 걷던 멀고 숨 막히는 히말라야
산속으로 숨어드는 옅은 구름 길 같은
뇌 사진 속 하얀 피의 길을 보고 있다
살아온 역정이 꾸불꾸불 기어가고 있었다
한때 셀 수 없는 번뇌의 밤
알코올이 저 길을 넘쳐흘러 갔을 것이다
절망의 눈물이 흠뻑 적시고 따라가며
심하게 패인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잠들 수 없는 피곤한 몸부림이
상처를 흔들었을 것이다
옷소매에 감물 들던 유년 시절을 떠돌던
정처 없는 마음 또한 흉터로 남았으리라
사진 속에 새겨진 삶의 여정에
혼자서는 세울 수 없는 기둥에 대한
헛된 꿈이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가족들 먹이며 살리며 끓이던 아내의 마음속
눈물도 흘러와 조금은 섞였으리라
밀물 지는 아쉬움과 후회는 어쩔 수 없으나
그래도 살아온 것 감사할 일이니
연민을 벗 삼아 남은 길 춤추며 걸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