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by 전종호

빗방울이 통 통통 통 구르며 양철 지붕인 듯

튀는 빗소리 타악打樂을 그리며


펼쳐있을 때보다 접혀 있을 때가 많고

밝은 곳보다 후미진 구석에 있을 때가 많지만


비 오는 날 한때 누군가

간절한 필요를 채울 수 있고

쓰임보다 기다림의 시간이 더 길지만

갈급한 한순간을 위해 쓰일 수 있어


장마철 다급한 누군가의 손에 잡혀

묵직한 북소리 비바람을 막아

굽어 고단한 등을 가려줄 수 있으니

그뿐


한 생의 쓰임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으랴

때를 위해 항상 묶여 있지만

쉽게 펴고 접고 가벼워서 나는 내가 참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임진강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