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미친 듯이 바람이 불고
크엉 크엉 바다 우는 소리를 들으며
사내를 앗아간 바다에 다시는 들지 않기를
더 이상 물질로는 먹고살지 않도록
꿈에서도 천지신명과 용왕님께 빌고 빌었다
지붕에 박이 익으면 속을 비우고
박 덩이 끌어안고 고작 홑적삼 하나에
열 살부터 물질을 배워 망사리 빗창*
테왁*을 매고 허름한 불턱*에서 떨며 79년
살 저미는 바다 추위는 죽음보다 서러웠노라
욕심부리지말앙 니 숨마니만 허라*
숨 남앙이실 때 바깥디 나와사 된다*
파도의 말씀을 죽비로 삼고 떨며 두려워하며
살암서면* 살아지리라 믿고 호오잇 호오잇
바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숨비소리는
슬프디 슬픈 이승 저승 간 서러운 울음이었다
물마루에 희고 젊어 부끄러운 맨몸을 가렸고
만삭이 되어도 물질을 놓지 못해
더러는 고깃배 위에서 몸을 풀었으며
생선 칼로 탯줄을 잘랐던 배둥이들이 자라
바다에 나가고 다시 거친 풍랑에 빠지는
바다의 기막힌 순환이 거듭되었지만
끝까지 가야 어디라도 닿을 수 있다
끝의 끝에 서야 까치 노을을 넘을 수 있다
섬의 동쪽 끝에서 맞는 삶의 끝 89세
땅도 사람도 끝까지 달린 종달리終達里에서
해가 넘어간 저녁 어스름의 끝 시간
노을이 감물처럼 하늘에서 번지고 있다
물질을 배우던 열 살 때 하고는 달리
제주는 후천개벽 새 세상이 된 듯한데
요즘 젊은것들은 칠십이 되어도 뭘 몰라
이 악물고 악착같이 산다는 말을 몰라
징하고 징한 세월 땟국 절은 삶이 뭔지 몰라
인생 멋이란 게 끝까지 가봐야
배지근한 군소 맛 같은디 구시렁대며
오늘도 물질 나가는 늙은 상군 해녀가
삶의 치마 끝자락을 잡고
해녀의 부엌*에서 다시 길을 내고 있었다
* 종달리 해녀들이 젊은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해녀의 삶을 연극으로 올리고 대화하며
식사도 함께하는 제주 해녀 다이닝(dining)
* 빗창 : 전복 잡는 도구
* 테왁 : 문질 할 때 몸을 뜨게 하는 둥근 모양의 도구
* 불턱 : 물질하고 나와서 불을 쬐는 곳
* 욕심내지 말고 네 숨만큼만 하거라
* 숨 남아 있을 때 밖으로 나와야 한다
* 살아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