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

by 전종호

생각 없이 살았지 반성해라

세계적인 감염병이 돌아도

결단코 육식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무심의 관성을 털어내지 못한 채

치사한 눈물 한 방울 흘림 없이

삼겹살에 소주 한 병 가뿐히 비웠지

생명 순환의 무관심을 산처럼 쌓아

바뀐 철마다 죗값 청구서를 받는다


묵었던 눈물 콧물 한꺼번에 쏟으며

연거푸 재채기로 몸을 흔들고

숨 쉴 수 없을 만큼 충혈된 눈으로

환절換節의 격렬 반응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심장의 강퍅함이여

지독한 약으로도 다스릴 수 없어

치명적인 죗값을 온몸으로 치러야 한다


마을마다 구제역 돼지들이 살처분되고

세상은 난리 그런 난리가 없는데도

잠시 소동뿐 비몽사몽 눈을 감았다

함부로 숲속을 침범하여

한 톨 밤을 두고 다람쥐와 다툰 죄

어린 자들을 돌보지 않은 무거운 죄

손수건 한두 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무정의 죄가 비수처럼 허파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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