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18

- 봄을 노래하지 마라

by 전종호

전쟁의 시대에 봄을 노래하지 마라

남의 전쟁이라고 강 건너 불 보듯이

한가한 대춘부待春賦 따위를 읊지 말고

전쟁을 일으킨 자를 응징하라


흙을 만지며 키운 사람에게는

흔하디 흔한 풀 한 포기도 귀한 법

어린아이들을 길바닥으로 내쫓고

사랑하는 이를 품 안에서 떼어놓는

전쟁 명령자의 혀를 불로 지지라


급한 업무를 사무실에 두고 오거나

어린 딸의 손을 뿌리치고 울며 총을 잡은 사람들

잡을 것조차 없어 띠를 이어 인간 방패가 된 사람들

그들의 손을 어깨를 뜨겁게 잡고 눈을 보라


배부른 유미주의자여

저들의 봄을 짓밟은 전쟁광들을 저주하고

숨죽이며 봄을 기다리던 흑토黑土

연약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서 울라


상황이 나쁘다고 희망 한 잎 없는 건 아니니

끝까지 평화와 연대의 끈을 놓지 말고

제 복을 위해 빌던 손을 풀어

폭탄 앞에서 떨고 있는 저들을 위해서 빌라


그대여 올해는 봄을 기다리지 마라

임진강 한겨울 세찬 강바람을

매화 몇 송이 황홀하게 피어난다 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봄을 노래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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