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시대에 봄을 노래하지 마라
남의 전쟁이라고 강 건너 불 보듯이
한가한 대춘부待春賦 따위를 읊지 말고
전쟁을 일으킨 자를 응징하라
흙을 만지며 키운 사람에게는
흔하디 흔한 풀 한 포기도 귀한 법
어린아이들을 길바닥으로 내쫓고
사랑하는 이를 품 안에서 떼어놓는
전쟁 명령자의 혀를 불로 지지라
급한 업무를 사무실에 두고 오거나
어린 딸의 손을 뿌리치고 울며 총을 잡은 사람들
잡을 것조차 없어 띠를 이어 인간 방패가 된 사람들
그들의 손을 어깨를 뜨겁게 잡고 눈을 보라
배부른 유미주의자여
저들의 봄을 짓밟은 전쟁광들을 저주하고
숨죽이며 봄을 기다리던 흑토黑土
연약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서 울라
상황이 나쁘다고 희망 한 잎 없는 건 아니니
끝까지 평화와 연대의 끈을 놓지 말고
제 복을 위해 빌던 손을 풀어
폭탄 앞에서 떨고 있는 저들을 위해서 빌라
그대여 올해는 봄을 기다리지 마라
임진강 한겨울 세찬 강바람을 맞고
매화 몇 송이 황홀하게 피어난다 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봄을 노래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