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를 낳으러 간 산부인과 병원 문 앞에서
산통이 시작된 지 일곱 시간이 되어도
얼굴을 비추지 않는 아이를 위해서
난생처음 겪어보는 죽을 것 같은 일곱 시간
죽기 살기로 버티고 있는 아내의 순산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간절히 비는 일뿐이었다
똑같이 불안하고 간절했던 옆사람에게서
담배 한 대 빌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며
아는 사람인 듯 모르는 손 맞잡고 빌며
빛나는 아가의 얼굴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봄이면 봄마다 산에 들에 뜰에 꽃들은
붉은색 산통産痛으로 비명을 질렀을 터인데
나 눈치 없어 한 번도 알아채지 못하다
그 후 사십 년을 훨씬 넘겨 다시 맞은 봄날에야
산후통으로 달아오른 꽃과 꽃 사이에 앉아서
믿었던 민주주의가 혐오와 선동으로 휘청
향기와 꿀물을 빠는 바람 앞에 선 등잔불 같아
오랫동안 잊고 살던 기도의 손목을 다시 잡아
간절한 마음들 모이고 모인 선거의 기적으로
다시 민주주의가 뚜벅뚜벅 걸어 나와
환한 웃음으로 새날이 활짝 열릴 수 있도록
거듭남의 짱짱한 첫울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