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착각

- 생존과 상춘

by 전종호

꽃들이 까놓고 연애 중이다

맵고 힘든 시절 지나 따뜻한 틈을 타

가장 현란한 색깔과 향기와 눈웃음으로

이 들 저 들 지나 앞뒤 산마다 불타는 봄

바람을 부르고 멀리 나비를 까불러

꽃은 저마다 짝을 찾아 구애에 나섰다

사는 일이 어찌 단맛뿐이겠는가

속 쓰린 세상이라도 후생後生을 위해

씨를 받아 남겨야 하는 생존의 시간

봄빛 향기는 꽃들이 쏟아낸 정의 물결이

꽃이 나무의 생식기관이라면

꽃그늘 아래 입 다물지 못하고 우러르

사람들의 경탄驚歎과 소란은 무엇이고

개화가 꽃의 발정發情이라면

벚꽃 아래 펼쳐 놓은 축제는 다 무엇인가

남의 밀한 사랑 그 절정의 끝에

자리 펴놓고 구경하는 상춘賞春은 또 무엇인가

수직 물관을 땅에 박고 숨을 고르고

봄빛이 황홀경으로 물드는 순간

띠구름 하나 홀연히 흘러와

어쩔 줄 몰라하는 꽃의 낯을 가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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