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까놓고 연애 중이다
맵고 힘든 시절 지나 따뜻한 틈을 타
가장 현란한 색깔과 향기와 눈웃음으로
이 들 저 들 지나 앞뒤 산마다 불타는 봄
바람을 부르고 멀리 벌 나비를 까불러
꽃은 저마다 짝을 찾아 구애에 나섰다
사는 일이 어찌 단맛뿐이겠는가
속 쓰린 세상이라도 후생後生을 위해
씨를 받아 남겨야 하는 생존의 시간
봄빛 향기는 꽃들이 쏟아낸 애정의 물결이다
꽃이 나무의 생식기관이라면
꽃그늘 아래 입 다물지 못하고 우러르는
사람들의 경탄驚歎과 소란은 무엇이고
개화가 꽃의 발정發情이라면
벚꽃 아래 펼쳐 놓은 축제는 다 무엇인가
남의 내밀한 사랑 그 절정의 끝에
자리 펴놓고 구경하는 상춘賞春은 또 무엇인가
수직 물관을 땅에 박고 숨을 고르고
봄빛이 황홀경으로 물드는 순간
띠구름 하나 홀연히 흘러와
어쩔 줄 몰라하는 꽃의 낯을 가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