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 향기 그 사람
아카시아꽃 한 주먹으로
한 움큼의 허기를 달래던 그 시절
쌀 몇 줌으로 달랠 수 없었던 그 허기
새까맣게 잊고 살았다
한 손으로 높은 가지를 잡아주며
기꺼이 가시에 함께 찔렸던 그 동무들
목숨을 위해서는 그까짓 가시 하나쯤
눈감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쳐 알았던 사람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던 그 시대
깜깜한 어둠을 굴리며 함께 살자던
그 다짐들을 거짓말처럼 잊고 살았다
어린 친구들 세월의 파도를 넘어 어디서
흰머리 아카시아 향기 날리며 살고 있을까
술에 취해 흔들리는 봄밤의 귀갓길
훅 불어닥친 향기에 무릎을 꺾으며
속 깊은 그리움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