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쓸쓸히 비가 그치면
울 밑에 다소곳한 소복素服의 찔레꽃
쓸쓸한 것은 비가 아니라
내 속을 파고드는 옛날 때문이었음에도
해 뜨면 살포시 다시 피어나는 하얀 찔레꽃
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는 막막한 저녁
두엄 옆 찔레꽃 향기에 아이는 코피가 터졌다
꽃을 따기에는 까치발 해도 팔이 짧았고
가시를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소심해
진한 향기에 어둠 너머 세상은 아득하였다
한낮의 소음은 여러 겹 꽃잎 속에 숨었고
꽃잎 안에 잠든 천둥벼락은 향기가 되었으나
큰길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의 얼굴을 가렸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비는 혼자서 내리고
보거나 말거나 꽃은 저 홀로 피고 지지만
향기에 찔리고 추억에 눈물 나는 날
찔레꽃은 번진 슬픔을 타고 담장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