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이나 화려한 수목원 아니면
높은 담장이나 철조망 같은 데 말고
나도 수많은 꽃들이 저절로 피고 지는
바람 부는 오월의 들판에서 살고 싶다
풀풀 먼지 날리는 공장의 뜰에서
노동자들 밥상의 뒷배경이 되거나
대명천지에도 대접받지 못하는
여성들 일터에서 존엄의 꽃이 되고 싶다
아이들 공부를 훔쳐보던 학교 울타리에서
아침저녁 아이들을 맞고 지켜본 것처럼
칠십 년도 지난 저 휴전선 철책에 기대어
금단의 땅을 넘어 폴짝폴짝 뛰어오는
남북 어린이들의 자유로운 가슴팍에서
빛나는 장미 코사지가 되고 싶다
이 땅의 누군가에게 향기도 힘이 된다면
몸안의 가시를 모두 털어내고
울고 싶은 사람들의 울타리가 되어
차별과 혐오를 걷어내는 꽃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