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17

- 감자꽃

by 전종호

감자밭에 두더지가 살았습니다

욱어진 이랑을 옮겨 다닐 때마다

감자꽃 하얀 물결이 출렁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가만가만 흔들리면서

주먹 두 주먹 흰꽃이 줄어듭니다

두더지는 점심도 먹지 않는지

저녁이 되고야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사위가 어둑하고 조용해지고 나서

두더지가 바로 엄마인 걸 알았습니다

감자꽃을 따줘야 씨알이 굵어진다고

온종일 기어 다니며 꽃을 것입니다

하지 감자를 찌는 풀물 든 손바닥에

먹물 같은 슬픔이 한 치나 배었습니다

베인 듯한 아림은 엄마의 맛입니다

여름이 되어도 이제 꽃파도는 없습니다

무릎으로 일구던 엄마의 감자꽃밭은

멀리 하늘나라로 이사 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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