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밭에 두더지가 살았습니다
욱어진 이랑을 옮겨 다닐 때마다
감자꽃 하얀 물결이 출렁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가만가만 흔들리면서
한 주먹 두 주먹 흰꽃이 줄어듭니다
두더지는 점심도 먹지 않는지
저녁이 되고야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사위가 어둑하고 조용해지고 나서
두더지가 바로 엄마인 걸 알았습니다
감자꽃을 따줘야 씨알이 굵어진다고
온종일 기어 다니며 꽃을 딴 것입니다
하지 감자를 찌는 풀물 든 손바닥에
먹물 같은 슬픔이 한 치나 배었습니다
베인 듯한 아림은 엄마의 땀 맛입니다
여름이 되어도 이제 꽃파도는 없습니다
무릎으로 일구던 엄마의 감자꽃밭은
멀리 하늘나라로 이사 가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