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 아래 햇살 한 줌
또는 콘크리트 미세한 틈을 비집고
하필 아무나 찾지 못할 이 주소에
우아한 자태로 가부좌를 틀고 앉은
제비꽃이여
작은 것들이 어찌 이리도 당당하여
꽃 한 번 본 가슴마다 지울 수 없는
자주색 화인火印을 찍을 수 있는가
무수한 벌레 세상에서 일어나
두 눈 부릅뜨지 않고도 어찌
변덕쟁이 봄바람을 다스릴 수 있는가
두루두루 색상의 조화를 베풀고
허허로이 곱게 일어나는 아침
무릎 꿇고 올려보노니 제비꽃이여
고고한 당신의 기품은 어디서 오는가
욕심 두 주먹을 활짝 폈기 때문인가
향기를 모두 바람에 탕진한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