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20

- 통천포 배꽃

by 전종호

통천포通天浦에 배꽃이 피니

다시 세상은 안갯속처럼 아득하여라

한 치 앞도 수 없던 어린 사랑

그리움은 목울대에 깊이 박혀

계절은 저절로 부풀다 꺼지고

그대와 나의 거리距離는

가슴 미어질 만큼 가늠할 바 없어

밝은 세상이 눈앞에서 캄캄해졌다

땅은 온통 고 하늘은 창창해도

너를 따라갈 바깥길은 막혔고

포만한 꽃잎이 분분紛分하여도

살아갈 날의 불빛 또한 까마득하여

나를 찾는 안길도 놓치고 말았다

배밭에는

떠난 마음을 잡지 못한 아쉬움이

여전히 봄바람에 춤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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