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우러러 얼굴을 들지 않는 것은
굽은 허리가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발아래 숱한 목숨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땅 위를 오가는 온갖 목숨붙이들에게
한 방울 꿀밥상을 차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낮의 열기에도 활짝 꽃잎을 여는 것은
날벌레 대중을 위한 한 끼 보시布施요
넝쿨 서로 얽혀 등꽃 터널을 만든 것은
꼬일 대로 꼬인 누더기 마음의 인생 대중
보라색 꽃그늘 아래 거친 숨을 내려놓고
단 하루 한 시간 한순간 찰나의 평안
숨통을 트는 차양遮陽을 하기 위함이다
굽은 천성으로 느리게 하늘을 오르는 것은
동류 칡꽃과의 경쟁 때문이 아니라
후미진 곳에 꼿꼿한 뜻을 세우기 위함이니
생명이란 본디 곧고 굳셈이 아니라
굽고 소박함이라는 물의 심지心志가
등나무 꽃등의 가난한 마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