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28

- 달밤의 자주포

by 전종호

고요뿐 강마을은 오롯이 비어 있다

개구리울음이 어둠 속으로 물러나자

정신 나간 달빛만이 홀로 득하다

가득하되 흘러넘치지 않는 달빛에

잠 잘 곳 없는 기러기 몇 마리

밤바람에도 몸놀림이 자유하다

길가에 이름 모를 하얀 꽃들

별을 사모하는 달밤의 조바심 탓에

갑자기 쏟아내는 향기가 환하다

강물은 아래쪽으로 낮게 흘러가며

점점 지경넓혀 가고자 하고

몇 달째 오지 않는 비에 흠뻑 젖어

날궂이 하고 싶은 농부들의 마을

위장막에 몸을 숨긴 포신砲 하나

달빛에 흠칫 날카롭게 빛나고 있다

새도 향기도 달빛에 허허하거늘

사람만이 마음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