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마당에 우물가 감나무 한 그루
갈 때도 올 때도 말없이 서 있던 감나무
비 오는 날 식구들 모두 돌아올 때까지
손바닥에 떼구루루 빗방울 굴리던 잎사귀는
그리움이란 표면장력이라는 걸 알았을까
빗님이 태운 간지럼에 키드득 웃고 울다가
배꼽 같은 감꽃 안에 그리움을 감추었을까
바알갛게 서쪽 하늘에 노을이 타오르면
마음에 누군가 옛날 사람이 그리웠을까
내 고향 떠나던 날 밤에도 벙어리처럼
제 자리에 서 있던 감나무 한 그루
잘 가라 서투른 인생이여 손 한 번
흔들지 않았던 그 나무도 사랑을 알았을까
빗소리 들으며 어떤 사랑을 추억했을까
그 나무는 아직도 고향집 모서리에 서서
사랑이란 하는 것이 아니라 앓는 것이야
바람결에 겉늙은 방랑자를 위해 풍금소리
맞춰 노래 한 곡조 들려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