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감나무

by 전종호

고향집 마당에 우물가 감나무 한 그루

갈 때도 올 때도 말없이 서 있던 나무

비 오는 날 식구들 모두 돌아올 때까

손바닥에 떼구루루 빗방울 굴리던 잎사귀는

그리움이란 표면장력이라는 걸 알았을까

님이 태운 간지럼에 키드득 웃고 울다가

배꼽 같은 감꽃 안에 그리움을 감추었을까

바알갛게 서쪽 하늘에 노을이 타오르면

마음에 누군가 옛날 사람이 그리웠을까

내 고향 떠나던 에도 벙어리처럼

제 자리에 서 있던 감나무 한 그루

잘 가라 서투른 인생이여 손 한 번

흔들지 않았던 나무도 사랑을 알았을까

빗소리 들으며 어떤 사랑을 추억했을까

그 나무는 아직도 고향집 모서리에 서서

사랑이란 하는 것이 아니라 앓는 것이야

바람결에 겉늙은 방랑자를 위해 풍금소리

맞춰 노래 한 곡조 들려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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